무선인터넷 표준화 `가시밭길`

 

 정보통신부가 무선인터넷산업 육성을 모토로 의욕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무선인터넷 미들웨어 플랫폼 표준화 관련 사업자 선정 컨소시엄 접수가 마감됨으로써 향후 표준화 작업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표준화 작업은 정통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등 추진주체들이 아직 표준화의 정확한 방향을 잡지 못한데다 전반적인 프로젝트 과정이 투명성을 잃고 추진 일정마저 빠듯해 난항이 우려된다.

 특히 표준화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미국 퀄컴의 ‘브루(BREW)’의 성능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목표대로 내년 6월경 개발이 완료된다 해도 시장에서 외면할 경우 110억원의 예산만 허비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뒤바뀐 주체=이번 표준화는 표준 미들웨어 플랫폼 개발이 핵심으로 국내 플랫폼 전문업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초기부터 KTF와 SK텔레콤 등 대형 서비스업체들이 표준스펙을 요구하며 전문업체들을 배제시킨데 이어 최근엔 단말기업체가 전면에 부상했다. 지난주 마감된 표준화 컨소시엄 접수상황을 봐도 삼성전자·텔슨전자 등 대형 단말기업체들이 전면에 부각됐다. 업체선정 자체가 민간 프로젝트 입찰 형태로 진행, ‘얼굴마담’격인 대형 단말기업체들이 ‘응찰’의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표준화에 대한 실권이 어디에 있느냐는 결국 표준화 이후 기술이전과 로열티 배분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후유증이 우려된다. 특히 △플랫폼 △SDK △컴파일러 △플랫폼 인증 △HW △애플리케이션인증 등 6대 카테고리에 1∼2개 업체가 참여, 경쟁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함으로써 전문성과 개발능력이 떨어지는 업체까지 일부 포함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갈피 못잡는 방향=당초 이번 표준화작업은 각기 다른 플랫폼을 적용하는 이동전화사업자들의 다운로드 솔루션, 이른바 ‘버추얼머신(VM)’을 통합함으로써 관련 솔루션 및 콘텐츠업체들의 개발비용을 줄여 경쟁력을 제고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정통부는 ‘브루’의 등장으로 VM 아랫단의 미들웨어플랫폼 표준화로 방향을 선회하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직도 확실한 방향을 모르겠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문제는 내년 6월까지 표준화를 완료하고 내년말 필드테스트를 거쳐 2003년부터 상용화한다고 해도 구체적인 실천 ‘전략’이 없다는 사실. 표준을 시장에서 외면할 때의 대처방안이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내년까지는 수백만개의 단말기에 탑재된 플랫폼이 속출할텐데 표준플랫폼을 어떻게 보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러다간 자칫 과거 ‘K-DOS’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향후 일정=정통부는 당초 9월30일까지 2개 컨소시엄이나 업체를 선정, 관련표준과 기술을 개발, 연말경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방침이었으나 이미 두달 이상 표준화작업이 지연돼 당초 목표일인 내년 6월까지 일정을 맞추기엔 너무 빠듯한 상황이다. 이에따라 내달까지 조기에 적격 컨소시엄을 선정 △표준가이드라인 제시 △단체표준(TTA) 채택 △기술개발 등 숨가쁘게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이제라도 관련부처 및 기관이 표준화의 방향과 상용화 대책 등을 정확히 재정립, 차근차근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