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에 보험개념을 도입해 추진하려 했던 벤처기업 이익공유제(벤처투자 손실보전제) 시행이 전면 유보됐다.
29일 기술신용보증기금과 벤처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시행하려 했던 벤처기업 이익공유제가 무기한 연기됐다. 기술신보 관계자는 제도의 문제점들을 정비, 시행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그 시행시기에 대해서는 기약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제도 도입 계획이 철회된 셈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벤처업계에 도입의 득과 실을 놓고 첨예하게 벌어졌던 논란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유보배경=벤처투자 이익공유제는 리스크를 안고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벤처캐피털의 성격에 반할 뿐 아니라 업계의 구조조정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도입 발표 직후부터 줄곧 받았다. 또 기술신보에서 발굴한 업체만을 대상으로 투자기관이 투자하는 것은 투자기관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어렵게 하고 공공자금의 부실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 등 제도 시행의 실효성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정부도 이같은 반발에 당면해 이달 중순 재정경제부와 민주당의 당정협의에서 기술신보의 벤처투자자 손실 보전은 벤처투자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또 지난주 총리실 주재로 열린 부처별 실국장들과 벤처업계 관계자들간의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제기됐고 이 자리에서 유보쪽으로 입장이 정리됐다는 게 회의 참석자의 전언이다.
결국 정부부처와 벤처업계의 의견이 득보다는 실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도입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파장=도입 단계에서 이익공유제 시행이 유보된 만큼 벤처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침체된 벤처투자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무산됐다. 또 투자지원에 목말라 있는 벤처기업들의 실낱같은 기대감도 사라져버렸다.
제도 시행의 번복으로 인해 그동안 벤처지원사업의 중추에 서 있던 기술신보의 신뢰에도 흠집을 남김은 물론 보이지 않는 큰 손실로 작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동안 벤처프라이머리CBO 등의 새로운 제도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기술신보의 움직임이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기술신보의 위축은 벤처기업들에 대한 지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망=이번 벤처투자 이익공유제의 전면 유보는 벤처투자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고수익을 얻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만큼 자율적인 시장 흐름에 맡겨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바로 세웠음에는 틀림없다. 또한 이번 조치는 그동안 벤처육성정책을 주도해온 정부가 민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그동안 민간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실적 올리기에 급급, 벤처시장의 구조조정 필요성을 외면했던 벤처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 벤처업계 한 관계자도 “벤처산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제고와 함께 앞으로 시장중심의 벤처육성이라는 새로운 정책의 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