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협회 결성 러시... 명암과 전망

 ‘2001년 가을은 인터넷 관련 협회 결성의 계절.’ 닷컴 열기가 한풀 꺾이고 경기불황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인터넷 관련 협회 결성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협회 결성 바람은 인터넷산업을 육성하고 침체된 시장분위기를 다시 살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성배경이나 취지가 모호하고 비슷한 영역의 협회와 단체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해 오히려 업계의 단합과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협회결성 열기=지난 25일 ‘한국인터넷콘텐츠산업협회’가 서울 노보텔호텔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협회는 콘텐츠산업 육성을 모토로 저작권 보호, 성인물 양성화, 전문인력 양성, 해외진출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앞서 불과 며칠 전에는 영상채팅업계 주도로 ‘한국인터넷영상채팅협회’가 발족했다. 또 지난 7월에는 30여개 콘텐츠 유통사가 참여하는 ‘한국콘텐츠신디케이션협회’가 설립됐다. 이 협회는 콘텐츠 유통 플랫폼 구축, 기술 표준화, 세계적인 문화콘텐츠 발굴을 주요사업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 밖에 웹 에이전시 업체 중심으로 ‘한국웹에이전시협회(가칭)’를 늦어도 다음달 중 결성키로 하고 막바지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난립에 따른 부작용=인터넷 각 분야의 고른 육성과 발전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협회의 난립에는 적지않은 비판이 제시되고 있다. 성격이 비슷비슷한 협회가 범람하면서 사업분야가 중복될 수 있을 뿐더러 업체나 네티즌 입장에서는 혼란스럽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인터넷분야에서는 이미 인터넷기업협회를 비롯해 무선인터넷협회·인터넷방송협회·디지털콘텐츠포럼·인터넷마케팅협회 등 10여개에 달하는 협회나 단체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출범한 콘텐츠산업협회, 신디케이션협회 역시 업무가 겹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심지어 영상채팅협회는 4개 업체만이 참여해 협회 산하의 분과위원회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미 결성된 협회들도 경기불황으로 회원사가 이탈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자칫 ‘전시 위주의 일회성 협회’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전망과 대안=이처럼 협회 결성이 지나치게 ‘세겨루기’ 양상으로 진행되면 협회의 위상은 물론 회원사의 결속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분야별로 공통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체나 협회는 필요하지만 자칫 결성 자체에 의미를 두면 협회 생명이 오래 가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정통부·문화부·산자부 등 유관 부처는 상호조율을 통해 협회 결성을 유도하고 유사 협회나 단체를 통폐합할 필요가 있다. 협회를 추진하는 업체들 역시 새로운 협회를 만드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이미 지명도를 갖춘 협회를 통해 분과위원회 형태로 세력화하는 방향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