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설계사’나 ‘금융컨설턴트(FC)’를 내세워 e비즈니스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보험사들이 실제로는 오프라인의 설계사 군단 때문에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상 최대 금리인하로 인한 손실에 자동차 보험료 완전 자유화로 인한 가격경쟁 심화, 인터넷 전문 보험 판매사이트의 활성화 등으로 객관적 환경은 급격히 변화되고 있는데도 뾰족한 방책이 없다는 점이 이들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사이트를 통한 보험 가입이 꾸준히 증가함에도 이렇다 할 홍보마케팅 전략을 취하지 않고 있다. 또 일부 기업에서는 비밀리에 FC만으로 구성한 대리점을 운영하는 등 e설계사 육성도 공론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 인터넷 상품 메리트 없다=보험사들은 공식적으로 “비접촉 영업에 크게 기대할 만한 조건이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설계사를 의식해서다. 보험사들이 자체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보험 상품은 설계사들이 판매하는 상품과 10∼15%의 수수료 차이가 나야 하지만 거의 나지 않는다. 보험사들이 인터넷 판매를 ‘요식 행위’로 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생명보험 시장을 석권하며 e비즈니스를 가장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는 삼성생명보험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육성한 e설계사는 3500여명. 그러나 삼성생명이 최근 정리한 설계사 인력은 1000여명이다. 보험업종의 e비즈니스는 e설계사 육성보다 훨씬 더 많은 설계사 감원이 우선돼야 하는데 이 일이 쉬울 리 만무하다.
◇급격한 환경변화로 보험사 이중고=본격적으로 불고 있는 가격경쟁 바람은 준비 안된 보험사들을 더욱 어렵게 한다. 지난 8월 자동차 보험료 완전 자율화 이후 인수넷·인스밸리·보험넷·인스넷닷컴 등 대표적인 인터넷보험가입 사이트들은 하루 수백여명 이상의 가입률을 기록하며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일반 생명보험 분야도 가격비교 효과가 알려지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인터넷과 전화로만 영업 허가를 받아 자동차보험 시장에 뛰어든 교보자동차보험은 서비스 개시 한달 만에 하루 200여명 이상 가입을 기록하며 급부상하고 있다. 15%의 수수료 격차가 먹혀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추세에 맞춰 삼성생명보험이나 대한생명·교보생명 등과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하위 생명보험사들은 교보자동차보험과 같은 모델을 본따 자동차보험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최근 삼성생명보험에서 분사한 금융 e비즈니스 컨설팅업체 인피온컨설팅 관계자는 “보험사의 e비즈니스 성공은 오프라인 구조조정에 달려있다”며 “보험사들의 눈치 보기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