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희망퇴직 `訴訟비화`

 

 경기불황의 여파로 정보기술(IT)업계에도 인력감축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반강제적인 퇴직 프로그램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발생,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은 해고 대상 직원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법원에 내는 바람에 법정소송으로 휘말리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IT기업들이 지속적인 경기호황을 예상해 전문인력을 대대적으로 끌어들였으나 예상외로 경기불황이 지속됨에 따라 경비절감 차원에서 인력감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일부 외국계 IT업체들은 미국 본사의 감원지침에 따라 희망퇴직 등 퇴직 프로그램을 적용하고는 있으나 실제로는 반강제적인 방식으로도 활용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네트워크어플라이언스코리아(지사장 이호철)는 본사의 지침에 따라 구조조정에 들어가 일부 직원을 감원했다. 이 회사는 그러나 희망퇴직 등 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고 ‘해고’라는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함으로써 해당 직원의 반발을 샀다. 이 회사는 현재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결을 받아 직원을 복직시킴은 물론 그동안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는 명령서를 지난달 전달받은 상태다. 그러나 현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한국델컴퓨터(지사장 스티브 노먼)도 얼마 전 구조조정에 들어가 16명의 직원을 감원했다. 해당 직원들은 퇴직 하루 전날 호텔로 불려나가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는 바람에 재취업 등의 준비도 못한 채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다. 이 회사는 퇴직하는 직원들에게 3개월치의 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로금으로 지급하기는 했으나 해고 통보 직후 회사 출입을 금지하는 등 ‘황당한’ 조치를 취해 반발을 샀다.

 SGI코리아(대표대행 권치중)도 본사 방침에 따라 지난달 말 희망퇴직 형식으로 몇몇 직원을 감원했으나 실제로는 ‘반강제적인’ 퇴직이었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 회사 역시 직원에게 위로금조로 얼마간의 급여를 지급하기는 했지만 국내 기업의 고용여건이 좋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퇴직 이후의 재취업을 장담할 수 없다.

 한국HP(대표 최준근)는 지난달 말까지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했으나 일부 부서는 할당제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퇴직 프로그램이 다른 회사에 비해 조금 낫다고는 하나 일부 직원은 어쩔 수 없는 퇴직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외에도 한국EMC가 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