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의 인터넷전화 도입추진은 인터넷전화시장에는 기업용 인터넷전화가 본격적인 대중화 바람을 타는 계기로서의 의미와 함께, 사업제안에 나선 인터넷전화사업자들에게는 통화품질·요금 등의 경쟁력 우열을 검증받는 중요한 시험대가 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동안 인터넷전화는 대기업 일부 계열사나 중소기업, 대학교 등에 구축돼 실제로 여러 곳에서 사용중이지만 일반전화처럼 어느 기업에서나, 누구를 막론하고 사용하는 대중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경제적 요금절감 효과는 차치하고라도 통화품질에 대한 확신을 얻지 못한 점과 업무용 전화로서의 안정성 미흡이 기업들로부터 인터넷전화 선택이 배제돼온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경제를 선도하는 대표적 공기업이라 할 수 한국전력이 인터넷전화에 눈을 돌리고 선택하기로 한 것은 미시적 관점에선 기업들의 비용절감 노력이 어느 정도에 이르는가를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지만 거시적으로는 인터넷전화의 전면적 확산을 예고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한국전력의 인터넷전화 도입추진은 인터넷전화의 향후 성장곡선에 결정적인 힘을 싣는 한편 향후 인터넷전화시장 전체 판도에도 중대한 갈림길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명운을 건 한판=한국통신(애니유저넷), 하나로통신, 유니텔 등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사업자들에게 이번 한국전력 인터넷전화 도입건은 반드시 따내야 할 절대적인 목표일 수밖에 없다.
기업용 인터넷전화시장이 갓 불붙기 시작한 상황에서 한국전력이라는 대어를 낚는 것은 향후 전체 인터넷전화시장 주도권의 향배만큼이나 중대사인 것이다. 특히 한국전력을 고객사로 확보할 경우, 도입과정에서 획득한 서비스 신뢰도와 안정성은 다른 대형기업과 공공기관에 ‘무언의 인증서’로 통할 것이 명확하다.
참여사업자간 경쟁의 또 하나 정점은 한국통신에 맞춰지게 될 것이다. 한국통신은 인터넷전화서비스 확산의 가장 큰 피해자이지만 이번 사업제안에 울며 겨자먹기로 애니유저넷과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하게 됐다. 여기서 한국통신이 정식으로 사업권을 따내면 별문제 아니겠지만 만약 떨어질 경우 같은 공기업으로서 탈락했다는 자존심 추락과 함께, 기업용 일반전화에 대한 인터넷전화의 잠식에 불을 지르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인터넷전화 도약 전기=한국전력 본사가 인터넷전화서비스를 직접적으로 사용하게 될 11월 중반부터는 기업들의 인터넷전화에 대한 관심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한국전력이 이번에 도입하게 될 인터넷전화는 일반 구내전화설비를 그대로 유지한 채 게이트웨이 등의 장비를 추가 구축해 항구적으로 통화료 절감효과를 얻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 방식은 지금까지 기업들이 도입, 활용하고 있는 기업용 인터넷전화의 일반적 형식으로 기존 전화번호와 사무환경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이 전화송수신 방법도 이전과 똑같은 상황에서 기존 통화료의 평균 30∼40%를 절감하게 된다.
이 서비스 형태가 현실적으로 한국전력과 같은 대형 공기업에 정식 적용될 경우, 경기침체로 인해 고정비용 절감을 꾀하는 기업들은 너도나도 이에 대한 벤치마킹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한국전력 인터넷전화 도입이후 기업용 인터넷전화시장은 기업들의 높은 관심에 힘입어 급속도의 성장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커진다.
◇공기업·공공기관 확산=비용절감, 경영효율성 제고는 비단 개별 민간기업의 요구뿐 아니라 정부와 전체 산업의 요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한국전력의 인터넷전화 도입은 공공기관의 비용절감 모델로서뿐 아니라 구조조정과 연결될 경영효율성 제고수단으로까지 인터넷전화가 각 공기업, 공공기관에 확산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인터넷전화가 일정 수준의 통화품질만 보장한다면 민간 중소기업의 틀을 벗어나 공기업, 공공기관 등으로 본격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