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에서 끌어올린 하이닉스.’
하이닉스반도체가 큰 숨을 내쉬었다. 채권금융기관들이 31일 신규자금 지원과 출자전환을 골자로 한 하이닉스 정상화 방안에 합의한 것. 하이닉스는 이제 앞길을 막아오던 유동성 위기를 털어버리고 반도체 전문업체로서의 본업에 충실할 수 있게 됐다.
하이닉스는 이번 결정에 대해 “채권단과 주주, 국민에게 감사한다”며 “피나는 자구노력으로 반도체 전문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과 증권분석가들은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하이닉스가 영업적자를 벗어나 정상화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무구조 급개선=하이닉스는 이번 지원으로 부채비율이 286%(3분기 기준)에서 연말께 111%로 대폭 낮춰질 계획이다. 또 만기가 돌아오는 장단기 여신이 2004년말까지 연장돼 일단 3년간 빚 독촉을 받지 않게 됐다.
출자전환으로 그동안 옭아매던 이자부담도 대폭 축소돼 현금흐름도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하이닉스는 일단 내년까지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하는 데는 별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D램시장 경쟁력 제고=하이닉스는 이번 지원을 바탕으로 D램 선두업체로서의 경쟁력 제고에 매진할 계획이다.
우선 0.12미크론급 미세회로공정기술과 512M D램 등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또 중국 매각 여부에 따라 그 대상이 달라지겠지만 미뤄왔던 메모리 라인의 비메모리 라인 전환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신규 확보된 6500여억원의 자금과 기존 보유 자금을 바탕으로 올해 6000억원, 내년도 1조2000억원의 설비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먼저 512M DDR SD램을 출시한 상황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대응력도 높일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도 D램 시장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주력시장은 128M와 256M로 가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이에 영업 및 마케팅력을 집중하면서 기술개발을 병행해나갈 계획이다.
◇비메모리사업 다각화=D램에 비해 꾸준히 수익성이 향상되고 있는 비메모리 분야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주력인 마이크로컨트롤러(MCU)·LCD구동IC(LDI) 이외에도 임베디드 MCU 등으로 품목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또 TSMC·UMC 등 주요 파운드리 전문업체들의 3분기 실적이 회복세로 돌아선 만큼 표준 공정의 파운드리 주문량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해외 마케팅력을 배가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현재 중국에 노후 설비 매각과 함께 새롭게 비메모리 전용라인 계획을 수립해, 0.18미크론급 이하의 파운드리 공정 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추가 투자 확보와 자구 노력이 관건=그럼에도 일각에서는 하이닉스가 라인 매각 등 지속적인 자구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D램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추가 자구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영업적자 등을 면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반도체시장이 급반전하지 않는 이상 지속적으로 투자금을 확보해나가는 것은 하이닉스가 계속 당면할 수밖에 없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