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시장 계절특수도 `실종`

 프린터 시장 언제 살아날까.

 계속되는 시장침체에 프린터업체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잉크젯프린터 시장은 7, 8월의 전형적인 비수기를 지나 9월 신학기 이후부터 판매가 매달 10∼15% 정도 늘어나며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경기침체에 따른 극도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같은 계절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HP(대표 최준근)은 9, 10월 전달대비 5% 미만의 성장률로 잉크젯프린터 판매가 주춤한 상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예년에는 눈에 띌 정도로 판매가 늘어났는데 올해는 매출증가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HP는 기존 유통재고를 소진하지 못해 신제품 출시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 역시 이에 못지 않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6, 7월 저점을 찍고 8월 중순부터 상승곡선을 그린다는 식의 계절지수를 적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엡손(대표 다카하시 마사유키)도 “9, 10월 들어 매출이 다소 늘어나긴 했지만 이는 신제품 출시에 따른 일시적인 매출증가일 뿐 신학기 이후 나타나는 판매증가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또 “주로 판매되는 제품 역시 저가제품 중심이라 실질적인 매출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롯데캐논(대표 김대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PC가격이 대폭 하락하면서 PC 번들물량이 좀 늘어나긴 했지만 사실상 판매가 정체돼 있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9, 10월까지 판매가 정체되면서 프린터 업체들은 수능 이후 졸업·입학시즌을 겨냥한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HP, 한국엡손, 롯데캐논 등은 이달부터 신제품 출시, 경품, 이벤트 등의 대대적인 판촉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하지만 판촉행사를 마련하면서도 연말에 소비심리가 되살아날지에 대해서는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0월까지 부진했던 판매고를 연말에 만회해야 하겠지만 최근 상황으로 봐서는 프로모션을 하더라도 마케팅 비용만 날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부정적인 전망을 반영하듯 삼성전자는 프로모션을 내년 1월 정도로 미루는 것을 고려중이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