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대량거래, 주가 상승 꾸준할까

 

 하이닉스반도체가 채권단의 신규자금지원 등 채무조정을 재료로 대량 거래 속에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970원이었던 주가는 채무조정이 결정된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지난 2일에는 전날의 상승세를 이어 상한가에 육박하기도 했다가 결국 마이너스권인 1240원에 장을 마쳤다. 특히 지난 2일의 거래량은 5억7800만주로 거래소 전체 거래량(8억5500만주)의 67.6%나 차지하며 지난 9월 14일의 6억3000만주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하이닉스 매매 열풍에 대해 단순한 투자심리에 의존한 전형적인 묻지마 투기로 몰아붙이는 쪽이 있는가 하면 채권단의 지원으로 회생 발판을 마련한데다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으므로 잠재가능성을 염두에 둔 최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고도의 투자전략이라는 평가도 있다.

 일단 국내 반도체담당 애널리스트들은 하이닉스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에 뇌동매매는 금물이며 자칫 분위기에 휩쓸리다가는 손해보기 쉬운 ‘위험한 주식’이라고 조언한다.

 하이닉스가 지난달 31일 채권단의 신규자금지원과 출자전환 결정으로 생명이 일단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됐다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하이닉스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내년 하반기까지 반도체 값이 64메가 D램 환산가 기준으로 1달러 수준을 유지해야 하며 내년까지 5000억원 증자를 포함, 최소한 1조6500억원의 자구계획이 한치의 차질없이 이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주가의 적정가치를 평가하기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이닉스는 3분기에만 영업손실 5310억원, 순손실은 1조6200억원을 기록했으며 4분기에도 영업적자가 사실상 불가피한데다 출자전환 가격 등이 어떻게 결정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적정주가를 산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실제 국내 증권사들은 신규자금 지원이 발생한 이후에도 하이닉스에 대해 투자의견을 상향하지 않았다. 대우증권은 ‘중립’의 투자의견을 유지했으며 한국투자신탁증권도 ‘비중축소’의 의견을 고수했다. 교보증권 등 몇몇 증권사만 매수나 장기매수가 아닌 단기적 관점에서의 주가 상승만을 점쳤을 뿐이다.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최근의 주가상승과 거래폭발은 펀더멘털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생명이 연장된 데 따른 기대감과 일반투자자들에게 감자 등의 손실분담을 요구하지 않은 데 대한 안도감이 크다는 생각이다.

 국내 증시에서 주가 영향력이 가장 큰 외국인들은 지난주에도 하이닉스에 대한 비중을 꾸준히 줄였다. 외국인들은 지난주 하이닉스반도체 주식 983만주를 순매도,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 1위에 올렸다. 하이닉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6월 15일 해외 DR발행 당시 13.68%에서 최근엔 9.97%로 크게 낮아졌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