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임준서
91년 2월 서울대학교 전자·원자핵공학 졸업
98년 8월 한국과학기술원 전기·전자공학 석·박사
91년 9월∼96년 현대전자-KAIST 공동 인텔 x86 호환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
97년 3월∼98년 2월 미국 샌크래프트 기술 스테프 멤버
98년 7월∼98년 8월 ETRI 집적회로연구부 초빙 연구원
98년 9월∼2000년 9월 LG 종합기술원 선임연구원
2000년 9월∼현재 파이온 선임연구원
◇네트워크 프로세서 반도체의 필요성 대두=인터넷 가입자의 폭발적 확산에 이어 최근에는 음성과 데이터의 통합, 유무선 인터넷의 통합 등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 서비스의 필요성이 급격히 대두되고 있다.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기존 네트워크 장비의 지능화 및 초고속화가 필수적이고 이를 지원하는 고대역폭의 광인터넷 핵심부품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인터넷의 발전에 따라 네트워크 부품 산업 또한 변화를 거듭해 왔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접속성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였다. 당시 부품 산업은 무료 인터넷 접속을 위한 케이블 모뎀, ADSL 등 액세스 장비를 위한 솔루션 개발에 집중됐다.
그러나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인터넷은 단순한 접속이 아닌 충분한 대역폭의 보장과 서비스의 유료화, 이를 위한 서비스 퀄리티 보장 및 사용량에 따른 과금 등이 이슈로 등장하였다. 더욱이 현재 인터넷의 최대 병목지대라고 일컫는 메트로 구간의 고속화를 위해 수십 기가급의 스위칭 속도를 제공할 수 있는 메트로 이더넷 스위치 장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서비스의 증가로 인하여 인터넷망을 구성하는 기개발된 ASIC기반 네트워크 장비는 실리콘 칩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능이나 성능 향상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패킷 처리 용량의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차세대 실리콘 칩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장비의 출현이 필수적이다.
네트워크 프로세서는 입력 포트에서 받은 패킷을 스위치 패브릭으로 전달하거나 스위치 패브릭에서 받은 패킷을 출력 포트로 보내기 전에 들어갈 ‘패킷 처리 기능에 특화된 프로그래머블 프로세서’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ASIC 수준의 고성능 패킷 처리 용량을 제공하는 동시에 네트워크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를 즉시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스위치 패브릭 반도체는 대형 라우터 및 메트로 이더넷 스위치 등의 입·출력 포트간 패킷 트래픽에 대한 전달, 트래픽 관리, 스케줄링, 중재와 같은 복잡하고 다양한 라우팅 기능을 수행한다.
네트워크 장비가 필요함에 따라 서비스의 지능화를 통한 인터넷 사업자의 매출 증대를 위한 차세대 라우터·스위치 장비를 위한 통신용 네트워크 반도체 즉, 지능형 네트워크 프로세서와 충분한 대역폭을 보장하는 고속 스위치 패브릭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네트워크 프로세서와 스위치 패브릭은 라우터, 스위치 등의 네트워크 장비 내에서 포트간 트래픽 전송 및 각종 지능형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부가가치 반도체다.
네트워크 프로세서와 스위치 패브릭 칩은 고속 라우터, 메트로 이더넷 스위치, 지능형 웹 스위치, 무선 인터넷 인프라 등 다양한 네트워크 장비의 핵심 칩으로 사용된다. 네트워크 프로세서는 다양한 네트워크 장비에 응용될 수 있는데 2001년 IDC자료에 따르면 응용분야는 WAN 63%, 랜 12%, 액세스 16%, 기타 9%로 현재 대략 546개 제품에 설계 채택됐다.
◇네트워크 프로세서 산업 현황=대용량 차세대 스위치 라우터 등의 네트워크 반도체의 경우 인텔, IBM, 모토로라, AMCC, PMC-시에라 등이 세계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실정으로 국내 또한 이들 외국업체에 대한 의존이 절대적이다. 그뿐 아니라 차세대 네트워크 장비의 핵심 부품으로 각광 받고 있는 네트워크 프로세서와 스위치 패브릭의 경우 국내에는 전문업체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네트워크 프로세서란 라우터, 스위치 등의 네트워크 장비에서 포트간 트래픽 전송 및 지능형 스위칭 기능을 하는 프로그래밍 기능이 가능하여 다양한 멀티미디어 인터넷 트래픽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정보통신 기본 인프라를 위한 핵심 부품이다.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트워크 프로세서와 충분한 대역폭을 보장하는 고속 스위치 패브릭 반도체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카너스 인 스태트와 IDC의 2001년 보고서에 따르면 네트워크 프로세서 시장은 2001년 2억달러에서 2002년 3억달러, 2004년 28억달러 그리고 오는 2005년에는 70억달러의 시장규모가 예상된다. 또 칩 가격도 1∼2.5기가급 네트워크 프로세서는 개당 250달러에서 650달러, 10기가급은 1600달러에서 2100달러로 예측되고 있다. 스위치 패브릭 칩 역시 2001년 7.5억달러에서 2004년 12억달러의 시장규모로 큰 부가가치가 예상되고 있으며 칩의 가격도 1000달러에서 3000달러 수준이 될 전망이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는 신제품 출시의 개발 기간 및 위험을 낮추기 위해 네트워크 프로세서, 스위치 패브릭 그리고 소프트웨어 솔루션까지 토털 솔루션을 원하게 된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체는 지속적으로 전략적인 파트너 관계를 맺거나 M&A를 통해 토털 솔루션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인 동향이다.
이러한 대규모 시장 공략을 위해 인텔, IBM, 모토로라, AMCC 등의 기존의 마이크로 프로세서 및 통신용 반도체 업체는 네트워크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벤처를 7억∼20달러에 M&A한 뒤 올초부터 앞다퉈 1기가 및 2.5기가 급 네트워크 프로세서를 출시하고 있다.
현재의 네트워크 프로세서 업체는 크게 네가지의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인텔, IBM, 모토로라 등 CPU 벤더에 의한 자체개발 혹은 M&A에 의한 솔루션 제공 △AMCC, 비테시, 커넥선트, 루슨트, PMC-시에라와 같은 기존의 통신용 칩 벤더에 의한 M&A △내부 ASIC 설계인력을 보유하고 있거나 확대하고 싶어하는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 △고도의 기술력으로 네트워크 반도체 시장에 도전하는 비상장 신생 벤처 기업들이다.
실리콘밸리의 경우 지난해부터 20여개 벤처기업들이 차세대 네트워크 프로세서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 이지칩, 인터넷머신, 실리콘액세스 등 업체들이 4000만∼8000만 달러 규모의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10기가 및 40기가 네트워크 프로세서 개발에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어 실제 제품이 시장에 출시될 경우 불꽃튀는 경쟁이 예상된다.
스위치 패브릭은 대부분, 시스코, 주피터, 노텔 등 네트워크 장비 업체에서 내부 ASIC으로 만들어서 사용해왔다. ASIC의 성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벤처기업인 파워X, 어브리지오, 제타컴, 벨리오, 핫레일 등이 스위치 패브릭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중 어브리지오가 4억달러에 PMC-시에라로, 핫레일이 4억달러에 마인드스피드로, 그로스네트웍스가 3.6억달러에 시스코로, 유니네트웍스가 2.4억달러에 AMCC로 각각 M&A됐다.
이들은 현재 익스트림, 파운드리, 리버스톤, 어바이어 등 많은 장비 업체들의 요구에 따라 수십기가에서 320기가급 스위치 용량의 패브릭을 개발 중이다.
◇국산 네트워크 반도체 개발의 필요성=한국은 세계적인 D램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반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분야에서의 경쟁력은 극히 취약하다. 실제 지난해 약 103억달러 규모인 국내 반도체 내수시장에서 비메모리 반도체가 70%인 70억달러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중 90%에 달하는 물량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왜곡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은 CDMA 상용화 성공 및 인구 대비 인터넷 가입자수 세계 1위라는 정보통신 선진국가로 발돋움했다. 앞으로는 음성과 데이터 통합 및 유무선 인터넷의 통합이라는 정보통신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서비스 고급화·지능화를 통해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IMT2000 모뎀 등 무선 부품과 더불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핵심 유선 네트워크 부품의 균형적인 발전이 절실하다. 국내의 대용량 네트워크 장비의 국산화는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이는 칩세트 솔루션을 시스코, 주피터, 노텔 등 해외 경쟁사에 비해 뒤늦게 받아들여 장비개발의 적절한 시장진입 시점을 놓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성능 네트워크 장비의 핵심 부품인 고성능 네트워크 반도체 기술 개발이 필수 불가결하다.
정보통신 부품산업은 55%라는 높은 부가가치율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는 정보통신 부품의 수입이 정보통신시스템 제조원가의 50%를 상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정보통신 핵심부품산업은 국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그러했듯 양산형 표준제품 생산체제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핵심 부품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시스템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보통신 시스템 산업의 기술혁신 및 시스템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부품의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향후 다가오는 고속 인터넷 코어 및 억세스 플랫폼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10기가급 이상의 네트워크 프로세서와 스위치 패브릭 반도체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5년 약 10조원의 네트워크 반도체 시장 중 국내 수출에 의한 해외 시장 점유율을 1% 정도 올릴 경우 약 1조원의 수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막대한 수입 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통신 네트워크 반도체 산업에 관심과 지원을 집중, 주요 네트워크 장비 및 부품 분야에서 기술 수입국에서 기술 수출국으로 입지를 부상, 인터넷 기술 강국으로의 우위를 더욱 확고히 해야 한다.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 기술 및 운용 기술을 국산화된 장비와 함께 묶어 수출하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