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이 5일 내놓은 벤처투자재원 확대조성 방안은 한마디로 얼어붙은 투자시장에 벤처투자 확대를 통해 벤처산업을 재활성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는 국내 벤처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유일한 통로가 그나마 ‘투자’밖에 없다는 정부의 절박한 표현이기도 하다.
◇벤처투자재원 조성 및 조합 결성 현황=올해 10월까지 조성된 벤처 투자재원 규모는 총 65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8% 급감했다. 이에 따라 조합 결성 실적도 지난 5월을 정점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월별로는 중기청 재정자금이 출자된 지난 4월과 5월에 각각 24개 조합 1637억원, 11개 조합 1395억원이 조성된 것을 정점으로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간 19개 조합에서 2185억원을 조성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조합 결성이 지난해보다 급격히 위축된 것은 중기청의 시드머니가 지난해 2246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축소된데다 예산의 조기 소진으로 민간 유동자금을 적극적으로 유도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코스닥시장의 침체로 기관 및 법인투자가의 자금여력이 고갈된데다 정부부처별로 달리 설정된 까다로운 출자조건 등으로 출자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같은 조합 결성 부진으로 연초 다소 회복조짐을 보이던 벤처캐피털의 투자실적도 하반기 들어 급감했다. 이들 투자사의 상반기중 투자실적은 449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8.1%나 감소했으며 하반기 이후에는 신규 투자를 중단, 투자기업의 사후관리에 치중하는 양상을 보였다.
◇벤처투자재원 확대 배경=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코스닥지수의 하락과 벤처투자 감소추세가 벤처기업 옥석 가리기의 필연적인 과정으로 이해돼 왔다. 그러나 투자시장의 장기 침체가 1년반 이상 지속되면서 시장 참여자의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자 정부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특히 벤처투자 분위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이후 결성된 투자조합의 가용자금을 활용한 투자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정부의 벤처투자재원 조성확대를 결정하게 된 주요 계기가 됐다.
정부는 재원확대를 시발점으로 투자확대에서 벤처기업 재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은 최대한 자제하고 벤처캐피털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또 벤처투자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전자보고시스템의 정착과 관리·감독강화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정책추진 방향=올해 안으로 벤처투자재원 1조원 조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부처별 가용자금이 조속히 투입될 전망이다. 또 부처별 창투사 최소출자비율 및 의무투자 비율, 조합결성 가능 규모 등 벤처투자조합 출자조건을 대폭 완화함으로써 창투사의 민간자금 유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1조원의 투자재원이 조성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중기청과 보건복지부, 정통부 등 7개 부처에서 3650억원의 재정자금을 내년 1분기에 투입, 투자재원 조성을 조기에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기청은 1500억원의 예산출자를 통해 5000억원 규모의 부품·소재 등 기반산업과 IT·BT·NT 등 차세대 성장유망 산업 등에 대한 투자전문 조합 결성을 적극 유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ABS 발행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매년 벤처투자조합 결성목표의 10% 수준인 1000억원을 ABS 발행을 통해 창투사에 지원할 예정이다.
투자유치 대상도 국내에서 벗어나 해외로 확대된다. 이를 위해 중기청과 중진공, 벤처캐피털협회가 공동으로 ‘벤처캐피털 해외투자유치단’을 구성,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지에 파견한다. 1차로 내년 1∼2월쯤 미국 워싱턴 및 뉴욕에 창투사 대표로 구성된 투자유치단이 파견되며 추후에는 대규모 투자유치단의 해외 로드쇼도 기획중이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