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만큼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기술은 흔치 않다. 기술의 용도도 각각 다를 뿐 아니라 과학·산업·미디어 등의 분야에서 서로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당초 반도체 미세기술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연구가 시작된 나노기술은 전자와 정보통신은 물론 기계·화학·바이오·에너지 등 거의 모든 산업에 응용할 수 있어 인류 문명을 획기적으로 바꿀 기술로 떠올랐다.
나노기술이 다루는 범위는 원자간, 혹은 분자 수준 정도로 제한된다. 즉 0.1∼100㎚(1㎚는 10억분의 1m로 머리카락 지름의 8만분의 1에 해당)의 물질을 다루는 기술이 나노기술에 해당되는 것이다. 이처럼 나노기술은 작은 크기의 소자를 만들고 제어하는 기술로 제품의 크기를 작게 할 수 있으며 빠른 속도를 구현한다.
나노기술을 이용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 하나하나를 기계적으로 결합시켜 완전히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를 조합해 실크처럼 부드러운 것에서부터 고무처럼 질긴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질을 가진 첨단 신소재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또 나노기술로 만든 단백질칩은 인체의 건강 여부를 간단하면서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나노기술은 현 정보기술과 바이오기술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초 수단이다. ㎚ 크기의 회로선폭을 이용해 기억소자를 만들 경우 지금의 기가비트보다 1000배 빠른 속도와 용량의 테라비트급으로 집적화할 수 있다. 슈퍼컴퓨터를 데스크톱 크기로 작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SRI 보고서는 물리학·화학·생물학적 특성 및 현상 그리고 물질과 체계 등 나노기술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검토 대상으로 삼았다.
나노세계 연구에서 어려운 점 가운데 하나는 나노물질과 구조의 움직임이 일상에서와 달리 반드시 예측 가능한 형태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크기 때문에 발생하는 양자간 밀고 당김이나 계면활성 등의 현상은 나노세계에서나 벌어지는 것으로 현실에서는 전혀 볼 수 없다. 이는 과학자들이 궁극적으로 어떤 물질의 ‘크기’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게 될 때에 비로소 현재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나노물질의 특성과 구조를 개선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나노세계를 지향하는 미세화를 통해서만이 탄소나노튜브나 양자점(點)·박막필름·DNA구조·공명 터널링 트랜지스터와 같은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과학자들이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물질이나 기기와 관련한 원리를 발견하고 이해해 활용할 수 있다면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혁명적인 시대를 맞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나노기술에서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이익은 기술의 어떤 측면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노기술은 우리가 매일 볼 수 있는 분자나 동식물 세포에도 적용되고 있다. 나노기술은 이미 인간에 의해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상태에서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또 CD나 VCD를 통해 음악이나 영상을 즐길 때에도 레이저를 통해 인간의 일상으로 파고 들어온다.
과학자들은 나노기술이 지난 수십년 동안 발전을 거듭, 조만간 분자를 조립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기술이 이미 이 정도 수준에 도달했다고 믿고 있다. 탄소나노튜브와 나노입자들이 상용화돼 정전기 방지화합물이나 투명 코팅재 등 특별한 제품을 만드는 데 쓰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어쨌든 초기 나노기술은 군용이나 화학용 혹은 재료를 만드는 회사들에서 사용될 전망이다. 이어 바이오테크놀로지 업계가 바이오센서·치료기기·의약전달시스템·조직치료 및 재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노기술을 활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전자·컴퓨터 업체, 전자기계 부품 개발업체, 센서업체들이 나노기술을 적용할 전망이다.
가장 먼저 상용화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국가로는 일본·북미와 독일·스위스·프랑스·영국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노기술은 여전히 유아기적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기술은 날로 성숙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바야흐로 나노기술이 혁명기로 접어들었다고 강조한다. 단기적으로 보더라도 나노기술은 기존 기술의 발달에 의해 개선될 뿐만 아니라 여기서 더 나아가 기존 시장을 붕괴시킬 정도의 위력을 갖는 새로운 기술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노기술과 관련한 부문의 가능성은 돈의 흐름으로도 파악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전망있는 업체에 투자하고자 한다. 물론 모든 나노기술 업체가 전망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나노기술은 강력하고 가속력 있는 혁신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은 유망기술인 것이다.
한편 사회혁명은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산업과정과 현재의 노동개념을 과거의 것으로 돌려버린다. 나노기술도 의심할 바 없이 우리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상품은 풍족해지고 값은 저렴해지며 제품에 지능성·내구성이 부가된다. 의약품이나 우주관련 기술도 발전을 거듭한다. 일부 나노기술은 매우 강력한 군용기술로 전환될 것이다.
그러나 초기 기술의 발전과정에서 일부 부문은 규제로 인해 상용화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현실화와 비용 등이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록 일부일지라도 실행 가능성 있는 기술들을 구체화시켜 나가는 작업은 미래 나노기술이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전망을 만들어가는 데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