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남대 농업식물스트레스연구센터 연구원들이 환경 스트레스 내성이 강한 오이 종자를 개발하기 위해 실험하고 있다.
21세기 지구촌은 과도한 인구증가와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 사막화, 오존층 파괴, 화석연료 고갈, 온난화 등 환경악화와 생태계 불균형이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이상기온에 따른 복합적인 환경 스트레스는 식물의 성장과 생산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해 불안정한 식량공급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지구에서 농작이 가능한 토지는 지구 면적의 약 10%로 이 가운데 환경 스트레스가 적은 지역은 10∼20%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80% 이상의 농지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 80% 중에서도 26%는 건조한 지역이며, 무기영양분 결핍지대가 24%, 토심층이 얇아 경작이 힘든 토양지대가 15%를 차지한다. 또 과습지대 12%, 저온지대도 3%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학자와 전문가들은 지구촌 환경문제와 식량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농업식물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 과학기술정책연구소의 ‘2025년 과학기술’ 보고서 역시 환경 스트레스 내성 품종개량을 농업생명공학 분야의 가장 중요한 연구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과기부로부터 신규 우수과학연구센터(SRC)로 지정된 전남대 농업식물스트레스연구센터(소장 정갑채)는 환경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 식물 개발을 통해 농업생명공학 시대를 열어 갈 국내 최초의 연구기관이다.
스트레스에 대한 식물의 반응 및 적응기작에 대한 기초연구는 21세기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과제로 꼽히고 있다. 연구 결과의 파급 효과는 농학·임학·생물학·식품공학·환경생태학 및 자연과학 전반에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식물의 스트레스 내성 및 극복 기구를 규명하는 연구를 통해 관련된 핵심 유전자를 동정하고 확보함으로써 국내 종자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센터는 이런 농업식물 스트레스 분야의 체계적 연구를 위해 연구인력을 전국 규모로 결집, 이들의 축적된 연구능력을 극대화함으로써 국제적인 우수 연구집단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오는 2009년까지 과기부로부터 시설지원비를 포함해 약 100억원을 지원받게 되는 연구센터는 향후 박사후과정 연구원 54명과 박사과정 연구원 90명, 석사과정 연구원 180명을 배치해 초기단계인 국내 환경 스트레스 저항성작물 개발에 나선다. 이와 함께 행정실과 연구실·공동기기실 등을 갖춰 전용공간도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현실로 다가온 환경문제와 식량위기라는 급박한 상황을 극복하는 수단으로 식물이 지니고 있는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 및 순화기작을 생리적·생화학적·분자생물학적 측면에 초점을 두고 연구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전국 규모의 농업식물스트레스연구센터를 조직, 우수 인력 집단이 학제간 연구를 통해 앞으로 닥칠 농업 경쟁력과 식량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을 축적해나갈 방침이다.
이미 10년 전부터 학제간 접근을 통한 식물생리학과 식물분자생물학·생화학·유전공학 등 관련 분야 우수 전문연구인력을 구성해온 센터는 최근 3년간 식물 환경 스트레스와 관련된 대표적인 연구업적 20여편을 국내외 우수 학술지에 게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또 과학재단과 학술진흥재단·농수산부 연구비 지원을 통해 농업식물의 저온순화에 관여하는 생리적·분자생물학적 기작과 저온내성 오이 품종의 분자육종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등 우리나라 농업 발전에 크게 기여해오고 있다.
연구센터의 활동은 크게 3개 총괄과제와 20개 세부과제로 구성돼 있다. 먼저 제1 총괄과제로 스트레스의 인지 및 전달과정에 대한 생리·생화학적 및 분자생물학적 연구를 수행한다. 제2 총괄과제에서는 스트레스를 수용한 식물체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작동하는 세포 내 유전자 발현조절기구를 살핀다. 제3 총괄과제에서는 스트레스를 수용한 식물체의 내성기구 작동과정을 연구해 작물이 열악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하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다.
연구센터는 스트레스에 대한 식물의 인지·반응·적응에 관한 과학적 이론을 정립, 새로운 학문 분야를 창출하고 우수한 신진과학자를 양성·배출함으로써 국내 관련 분야의 연구능력을 국제적 수준으로 도약시키는 게 최종 목표다. 또 스트레스에 대한 식물체 반응의 이론적 토대를 바탕으로 열악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식물체를 창출, 식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기반을 구축해 국가경쟁력도 한층 높인다는 포부다.
정갑채 소장은 “환경 스트레스에 노출된 식물은 최대 생산가능치의 30%까지 수확률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며 “식물 환경 스트레스의 극복을 통해 농업생산성을 극대화하고 나아가 식량자원 확보라는 귀중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또 “연구센터 활동은 국가적 사업이면서 동시에 첨단학문과 연계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식물과 스트레스’ 대학원 과정을 개설하는 등 연구센터의 기능과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