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가 위축된 요즘도 기업공개(IPO)를 통한 직접금융시장 진출은 여전히 벤처기업들이 품고 있는 꿈과 희망이다. 여의도 증권가에 자사의 이름 한줄을 올리기 위한 벤처의 희망사냥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국내증시의 메카인 여의도 한켠에 벤처들이 모여 성공벤처의 신화를 향한 희망을 불태우고 있다.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엔 한국전력의 남서울전력관리처 빌딩이 있다. 하지만 이 빌딩을 드나드는 일부의 복장은 기존 한전 직원들과는 달리 자유롭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7·8층.
이 두개 층은 지난해 3월 한전 자회사인 한전KDN이 사무실을 이전함에 따라 생긴 사무실을 한전측이 벤처기업에 할애한 공간으로 현재 인포허브·콤택시스템·인사이드테크·퍼셉컴 등 13개 기업, 150여 벤처인이 둥지를 틀고 있다. 몇몇 벤처가 개별적으로 여의도에 자리잡은 것과 달리 증권가 한쪽에 벤처집적지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이 건물 7층에 자리잡고 있는 인포허브(대표 이종일)는 지난해말 강남에서 사무실 임대 계약을 파기하고 이곳으로 온 케이스. 무선인터넷업체인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본격 서비스에 나선 휴대폰 소액결제 서비스 ‘와우코인’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서비스는 인터넷상에서 유료콘텐츠 이용시 사용자의 휴대전화번호를 이용해 인증 및 결제하는 시스템으로 현재 650여개 포털 및 콘텐츠 서비스 업체에 제공되고 있다.
최근엔 업계 최초로 관련 특허를 획득, 높아진 기업 신뢰도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또 일본의 종합상사 마루베니와 공동으로 일본 가요의 국내 벨소리 서비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향후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올해 70억원의 매출 달성과 함께 내년말께 ‘코스닥 입성’이란 부푼 꿈을 다져가고 있다.
8층의 인사이드테크(대표 김청석)는 동영상압축솔루션을 기반으로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동영상편집보드, 컴퓨터 주변기기 등 다양한 응용제품을 개발·공급하고 있다. 지난달말엔 전국 100여개 중대형 서점에 TFT LCD 모니터를 결합한 실시간 도서종합정보시스템 구축에 들어가 본격적인 시장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이와 함께 장시간 컴퓨터 사용자를 위해 고안한 인체공학 키보드의 미국시장 공급을 추진하는 등 보유기술의 다양한 상품화를 시도하고 있다.
금융전문 시스템통합(SI) 및 e비즈니스 컨설팅 업체인 모스텍(대표 임문호)도 자산 및 부채 관리(ALM), 리스크관리(RM), 수익관리, 전략정보관리 등 솔루션과 컨설팅 서비스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부터 영국 네틱사와 손잡고 전사애플리케이션통합(EAI) 솔루션의 국내공급을 시작한 데 이어 올들어 제일은행 대출취급 손익기간별 배부업무시스템, 국민은행 특급송금업무시스템, 하나은행 국제금융·외환시스템, 한미은행 국제금융·외신시스템 등을 공급하는 등 현재까지 전국 11개 은행에 30여건의 솔루션을 공급, 상반기 40억원을 포함해 올해 8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퍼셉컴(대표 김인광)은 문서인식기술 전문업체로 현재까지 문서인식SW인 ‘아르미’, 명함자동인식SW인 ‘이르미’를 출시했다. 최근엔 아르미 6.0버전을 출시했으며 이와 함께 이달 중 문자인식 및 음성녹음이 가능한 다기능 휴대형 문자인식기 ‘Z펜’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밖에 콤택시스템·아담스미스·모두컴·아이도어즈·이노로지스틱스 등이 입주, 벤처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김형태 전력관리처 후생과장은 “두개 층은 실평수 기준으로 1㎡당 연 17만원 수준의 저렴한 임대조건과 회의실·구내식당·주차공간 등 부대시설, 저렴한 관리비, 24시간 빌딩개방 등 벤처기업을 위해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며 “아직 벤처기업의 생리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의 조직과 활동에서 새로움을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