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장비주, 시스코 훈풍·낙포과대로 상승, 전망은 부정적

 

 

 국내 증시에 시스코효과는 가능할까.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가 5일(현지시각) 기대 이상의 분기실적을 발표하면서 국내 관련주들의 수혜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월가에서는 시스코가 당초 예상인 2분기(2001년 11월∼2002년 1월)보다 빠른 1분기(2001년 8∼10월)에 매출반등을 나타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산인터네트·한아시스템·코리아링크 등 국내 네트워크장비주들도 최근 낙폭과대에다 시스코효과에 대한 기대로 양호한 주가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다산인터네트는 6일 350원 오른 1만2900원으로 마감됐다. 테러쇼크로 9월말 한때 903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안정적인 주가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아시스템은 이날 80원 떨어진 2300원에 마감됐지만 전날까지 4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으며 특히 2일과 5일에는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하며 시스코 실적호전에 대한 기대를 반영했다. 코리아링크도 이날은 소폭하락했지만 전날 7%대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최근의 주가흐름은 양호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런 주가상승은 최근 나타나고 있는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에 편승했을 뿐 주가상승을 설명할 만한 펀더멘털 쪽의 뒷받침은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시스코효과도 심리적 요인에 의한 단기적인 모멘텀은 되겠지만 너무 큰 기대를 갖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오세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스코의 실적호전에도 불구, 국내 네트워크장비업체들의 영향은 사실상 거의 없다”며 “차라리 시스코의 실적개선 소식은 시스코에 납품을 하는 페타시스(MLB), 대덕전자 (MLB), 삼성전기(수동부품공급) 등에 긍정적인 뉴스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네트워크장비주의 추가상승을 뒷받침해야 하는 실적에 대해서는 비관적 전망들이 더 많다. 현재 주요 증권사 가운데 국내 네트워크장비주에 대해 ‘매수’나 ‘비중확대’의견을 내놓은 곳은 하나도 없다. 또 많은 실적호전 기업들이 앞다퉈 3분기 실적을 공개하고 있지만 통신장비업체 가운데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전무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통신장비업의 업황개선을 위해서는 경기회복 외에 유무선 통신 사업자의 설비투자 확대가 절실하지만 이 문제가 쉽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키움닷컴증권은 6일 국내 8개 주요 통신 사업자의 설비투자 규모는 지난해 10조원대까지 확대됐으나 올해는 7조원대로 떨어지고 내년에는 6조3000억원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옥희 키움닷컴증권 애널리스트는 “네트워크 장비업체의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중립)’수준으로 잡고 있다”며 “네트워크장비주가 코스닥지수 이상의 주가상승시에는 비중축소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내년도 통신사업자들의 설비축소는 불가피해 네트워크주의 실적개선은 2003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세욱 애널리스트는 “통신장비업의 불황은 이미 주가에 반영된 부분이 많지만 내수시장에만 의존하는 국내 장비업체들은 내년까지 주가상승 요인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다산인터네트나 한아시스템같은 유선쪽 장비업체보다는 KMW나 에이스테크·단암전자통신 등 무선장비 쪽에서 먼저 실적개선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