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네트워크 프로세서시장 왜 각광받나

 국내외 반도체업체들이 네트워크 프로세서시장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전반적인 IT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의 확산과 함께 네트워크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텔·모토로라·IBM 등 유명 반도체업체들이 관련 기술업체를 인수합병하고 AMCC·비테세 등 후발 전문업체들이 각광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캐너스인스탯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네트워크 프로세서시장이 내년에는 1억3500만달러, 오는 2005년에는 7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반도체전문조사기관인 세미코리서치도 내년도 네트워크 프로세서시장이 10 네트워크의 상용화와 40 네트워크 개발에 힘입어 올해보다 46.9%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시스코·루슨트·노텔 등 선두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이 안정성 문제를 들며 자체 전용칩(ASIC)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국내외 반도체업체들이 네트워크 프로세서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호환성을 더욱 확대하고 각종 통신규격 표준을 선도, 적기에 시장진입을 이뤄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왜 한국시장인가=네트워크 프로세서시장 가운데 단연 한국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광통신에 이르기까지 차세대 유무선 네트워크 기술의 경연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네트워크시장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도심 내 모든 네트워크망을 이더넷 규격으로 바꾸는 메트로 에리어 이더넷(MAN)도 한국통신·데이콤·하나로통신·두루넷 등 통신사업자들이 준비에 들어가면서 신규 수요를 노린 외국 반도체업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ADSL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추진중인 SHDSL·VDSL 등의 교체 수요도 큰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 외에도 국내 기간통신사업자들은 기존망에 대한 연동성과 호환성, 각종 멀티미디어 지원 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역다중화접속(IMA)·음성데이터통합접속(IAD)장비 등 신개념의 부가장비도 구미에 당기는 시장이다.

 ◇우려되는 외산 종속=사실 아직까지 국내 네트워크 프로세서시장이 수천만달러에 달하는 큰 시장은 아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네트워크 장비시장의 85%가 외산이고 국산 장비는 15%에 못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네트워크 프로세서가 이 중 15% 정도를 차지한다고 본다면 아직도 초기시장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외국 반도체업체들은 한국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다. 또 앞서 나가는 만큼 기술검증의 장으로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비록 시장규모가 작아도 각종 첨단제품과 기술공급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국내업체들은 네트워크 프로세서 분야에 대한 대응력이 극히 미약하다. 대표적인 장비업체 삼성전자도 ADSL칩세트만 일부 개발해 놓았을 뿐 차세대 표준규격을 선도할 핵심기술은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파이온·글로트렉스·인티게이트 등 중소 반도체설계업체들도 이제 제품을 내놓기 시작해 외국업체들과 경쟁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일각에서 국산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퀄컴의 예처럼 네트워크 시장에서도 결국 외국 시스템 및 부품업체들에 종속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대안 및 전망=일단 국내시장은 네트워크 프로세서의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상황이 다양한 통신 프로토콜을 지원하고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범용 프로세서의 필요성을 높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외산 장비업체들이 완성품을 공급하기보다는 한국시장에 맞는 형태로 부품 및 시스템을 바꿔야하기 때문에 국내 장비업체들이나 부품업체들이 노려볼 틈새시장도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핵심부품 국산화의 노력이 함께 병행돼야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초고속 네트워크 강국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