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빠이 도와줘요!”
올리브가 숨가쁘게 외치면 이 소리를 들은 뽀빠이가 달려간다. 그러나 뽀빠이는 위기에 처한 올리브를 구하기 전에 꼭 먹어야 하는게 있다. 바로 시금치.
시금치 통조림을 꿀꺽꿀꺽 먹어치운 뽀빠이는 알통을 불룩거리며 악당을 단 한방에 물리쳐 버린다.
미국의 뽀빠이가 시금치를 먹고 슈퍼맨으로 변했다면 우리에겐 평범한 김치에서 강력한 무기로 변하는 김치몬이 있다. 김치몬은 과거 1000년 전 대마왕이 전세계를 죽음의 세계로 만들려고 하자 이에 맞서 마법사 하린이 미래를 위해 남겨놓은 마법의 무기다.
주인공 토치가 등에 메는 김칫독, 일명 ‘채채퐁’에 배추김치, 깍뚜기, 고추김치, 무김치, 파김치를 넣으면 잠깐의 숙성시간을 거쳐 각각 바츄, 뚜기, 쵸쵸, 무무, 파롱이라는 엄청난 파워를 가진 김치몬들이 생겨난다.
코코엔터프라이즈가 제작중인 ‘채채퐁 김치몬’은 우리 고유의 음식 ‘김치’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적을 물리치는 강력한 힘의 근원이라고 설정한 독특한 창작애니메이션이다.
내년 초에 KBS를 통해 방영될 작품이지만 이러한 톡톡튀는 소재와 여느 메이저사 작품 못지 않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벌써부터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뽀빠이’가 시금치 생산이 넘쳐나면서 시금치먹기 장려운동의 일환으로 나온 작품이지만 의도와는 상관없이 미국 고유(?)의 통조림 음식을 널리 알린 일등공신이 됐다. 일본이 ‘초밥왕’ 만화를 통해 대표적인 음식 초밥의 이미지를 크게 높였다면 우리도 이 작품을 통해 김치를 널리 알릴 기회다.
코코엔터프라이즈가 현재 이 작품의 수출 협상을 전개하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이 작품은 또 순수 우리기술과 자본으로 제작된다.
현재 대부분의 창작애니메이션이 외국업체와 합작 및 합자 형태로 제작되는 것과 달리 코코엔터프라이즈, KBS, 서울무비, 주주뱅크 등 우리회사들만이 참여하고 있다.
어쩌면 ‘김치’라는 고유의 캐릭터 설정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채채퐁 김치몬은 또 게임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코코엔터프라이즈는 이미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롤플레잉(RPG)게임을 겨냥해 작품을 제작했다. 주인공 토치가 각 단계를 거치고 마을에서 정보를 얻는 것. 또 이 정보를 토대로 무기인 김치몬을 구하며 이 과정에서 주인공이 점차 성장해 가는 것 등이 롤플레잉적 게임구성과 같다.
김치와 기무치의 국제 음식표준 경쟁에서 김치가 승리했듯 채채퐁 김치몬이 일본 초밥왕을 능가하는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