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거래기본법 개정과 관련, 전자문서의 법적효력 범위와 법령체계를 놓고 관계부처 및 전문가들 사이에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법에는 ‘용역과 재화의 거래’에 필요한 전자문서에만 법적 효력을 인정, 전자적 의사표시가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시대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관계부처와 전문가들 사이에는 전자거래기본법 개정안에 전자문서의 효력범위를 확대해 현실적 요구를 수용하자는 의견과 차제에 전자문서 관련부분을 분리해 전자서명법과 통합해야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자신문과 민주당 정책기획단은 전자거래기본법과 전자서명법 개정을 앞두고 7일 ‘전자문서의 법적효력에 관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들어보았다. 정완용 교수(경희대 법대)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법학계에서 옥무석 교수(이대 법대), 강경근 교수(숭실대 법대), 지원림 교수(한양대 법대), 최준선 교수(성대 법대)와 국회에서 장호익 법제관, 업계에서 배재광 벤처법률지원센터 소장, 황규민 하렉스인포텍 대표가 연구계에서 정찬모 KISIDI 연구원이 참석해 열띤 논쟁을 벌였다.
◇총론은 일치, 각론은 제각각=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전자적 의사표시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전자문서의 법적 효력을 확대시켜야 한다는 데에는 한결같이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나 정작 각론이랄 수 있는 방법론에서는 주장이 서로 달라 좀처럼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전자거래기본법 골격 유지해야=주제발표에 나선 옥무석 교수는 전자문서의 법적효력을 확대시키되 기본법의 전자문서 조항을 보완시키는 방법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본법이 제정된지 2년밖에 되지 않았고 기술발전속도를 감안할때 현실여건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또다시 별도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별도입법이나 전자서명법과의 통합을 전제로 성안된 전자문서법(가칭)은 기존 전자거래기본법의 전자문서 규정과 별로 다를 바 없기 때문에 굳이 법체계를 변화시켜 혼선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신 기본법에서 전자문서의 효력범위의 원칙을 확대해 규정하고 선언적인 의미를 강조해두는 대신 민법이나 상법 등 각 개별법에서 전자문서의 효력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토록 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별도 입법이나 통합문제는 장기적으로 각각 나뉘어 있는 소관부처 문제까지 포함한 일괄적인 정비 때에 재검토하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전자서명법과 통합해야=역시 주제발표자로 나선 정찬모 박사는 전자거래기본법과 전자서명법은 제정 당시 소관부처인 산자부와 정통부가 전자거래와 전자서명을 분담해 소관한다는 타협의 산물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결함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정보화환경을 반영하여 전자문서의 효력을 인정하는 법령들도 그간 70여개가 정비되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정비돼야하나 거래에 한정되는 전자거래기본법의 효력인정 규정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산자부조차 전자거래기본법이 B2C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B2B, B2G에 이 법을 적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전자문서의 사용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거래에만 한정하지 않고 전자문서의 효력을 일괄되게 부여하는 포괄적인 전자문서법 체계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현실상 전자문서에 관한 규정을 분리해 전자서명법과 통합하고 대신 전자거래기본법은 전자거래촉진에 초점을 맞춰 재정비돼야 한다고 밝혔다.
◇형식이냐 내용이냐=참석한 학계 인사들은 법형식상 전자문서 규정은 성격이 유사한 전자서명법과 통합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과 현실적으로 현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의견이 갈라졌다. 법체제상 전자문서, 소비자보호, 개인정보보호 등 전반을 포괄하는 전자거래기본법은 하위 관계법령이 없는 기이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전자거래기본법은 일반법으로 제정됐거나 제정되고 있는 개별법으로 넘기고 전자거래촉진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금의 개별법 또한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자문서 관련규정이 어느법에 있든 내용상 달라질 것은 없으며 시간을 두고 개별법이 정착될 때에 이를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팽팽히 맞섰다.
이에 대해 업계 참석자들은 법체계나 부처 소관문제를 떠나 이용자들이 불편없게 해줘야한다며 법령 제개정과정에서 관계부처간 긴밀한 협조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