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 케이블TV방송국(SO)들이 가입자 확보를 위해 묶음(티어링)채널 가격으로 40여개 프로그램을 공급함에 따라 기존 SO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케이블TV SO협의회(회장 유재홍) 소속 1차 SO들은 지난 9∼10월 본방송을 개시한 30여개 전환SO들이 3000∼4000원짜리 묶음(티어링)채널에 40여개 프로그램을 제공, 신규 가입자 유치에 적극 나섬에 따라 그동안 1만5000원짜리 기본형에 40여개 채널을 공급해온 1차 SO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등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SO협의회 정하웅 부장은 “한 지역 내에서 동일한 채널을 제공하면서 가격 차이가 극심하다보니 1차 SO의 기본형 채널 가입자들이 전환SO로 옮겨가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며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가격인하 경쟁이 벌어져 정상적인 유료시장이 급속히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1차 SO의 한 관계자는 “많게는 하루 20여명의 기본형 가입자가 전환 SO로 빠져나간다”면서 “이대로 가면 내년 개별계약 체결 이전에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SO협의회는 전환SO들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판단, 전환SO에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는 프로그램공급업자(PP)들에 전환SO와의 계약 해지를 요청키로 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SO협의회측은 “PP가 기본형 채널에 공급한 프로그램을 전환SO가 묶음 채널로 임의 구성해 저가에 판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며 “PP들이 전환SO와 일단 계약을 해지하고 재계약을 체결해 1차 SO와 유사한 가격 수준의 상품을 공급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SO협의회는 또 PP들이 전환SO에 프로그램을 계속 공급할 경우 전환SO 수준으로 수신료를 하향 조정, 맞대응에 나서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SO협의회측의 주장에 대해 전환SO측은 계약 당사자가 아닌 1차 SO가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환SO협의회 배재탁 사무처장은 “현재 다수 전환SO들이 개별적으로 PP와 보급형 채널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며 “계약 당사자인 PP가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1차 SO가 나서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양측의 주장에 대해 PP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환SO와의 계약 문제는 개별 PP가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도 “1차 SO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이를 무시할 수도 없어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