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영>글로벌 파일(32)중국과 월마트효과

카타르에서 11월 9일부터 13일까지 개최되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가장 긍정적인 면은 중국의 WTO가입을 공식승인한 것이다. 이것은 세계 제2위 경제대국이 올해말 또는 내년초까지는 140개 회원국과 함께 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시작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경제는 이미 급격한 수출감소와 디플레이션 가능성의 증가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이 지역의 정부들은 중국의 성장에 맞서기 위한 보호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여 중국의 WTO가입은 아시아에서의 무역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다.

 마치 많은 소매상들을 위협하는 ‘월마트’처럼 거대중국은 많은 동남아 제조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이 현재 세계7위의 수출국가라는 위치는 제조업의 성장을 불러일으킬 외국의 자본을 더욱 끌어들일 것이다.

 낮은 임금과 정부지원으로 중국은 대량으로 할인된 제품을 생산해낼 수 있어 대만·싱가포르·태국·말레이시아·한국과 같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의 시장을 잠식하게 될 것이다. 이는 급격한 수출감소와 디플레이션 징후에 직면하고 있는 나라들에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동남아국가들은 미국과 유럽에 수출하는 방법을 통해 아시아 경제위기를 벗어났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의 경제는 소비자 신뢰와 기업 신뢰가 지난 몇달간 곤두박질치면서 침체문턱에 놓여 있다. 소비위축과 일본의 경기침체 악화는 이 지역의 경제성장을 발목잡고 있다.

 수출감소와 내수감소에 값싼 중국산 제품까지 밀려오게 되면서 벌써부터 동남아 전역에 걸쳐 가격인하 압력을 받고 있다. 사업투자가 감소하고 외국인투자가 중국으로 몰리면서 동아시아지역은 일본이 겪었던 것과 같이 디플레이션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각국의 정부들은 자국의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막중한 부담을 안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경제적 압박과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 양쪽 모두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결정해야만 한다.

 중국의 WTO가입이 그들의 경제활동영역을 중국의 주변국가로 겨냥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중국정부는 국내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있고 이에 따라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WTO에 가입하는 주된 이유는 정치적인 것이다. 세계 강대국들과의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그 주된 목적을 달성한 지금 중국정부는 WTO의 협약에 따른 의무로 받아들여야 하는 내용 가운데 국내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WTO의 요구조건에 저항하면서 선별적으로 의무를 이행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동남아시아 경쟁자들은 지금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의 값 싸고 정부의 보조를 받고 있는 농산물과 최저임금의 노동자들에 의해 한없이 만들어지는 저가 공산품들은 주변국가들이 만든 상품의 경쟁력을 한없이 깎아내리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외국의 투자를 자국의 정교한 제품생산능력을 증대시키는 데 집중하는 한편 시장은 계속 장악해 나갈 것이다.

 그 경제적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중국은 주변국가 기업들의 생존을 더욱 위협하게 될 것이다. 결국 중국이 내년에 WTO에 가입하게 되면 틀림없이 주변국가들로부터 중국내의 보조금정책과 보호관세를 철폐할 것을 요구하는 정당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중국이 이 요구들에 저항한다면 회원국가들은 높은 관세 및 수입쿼터제와 같은 보복성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주된 수출시장은 동남아지역을 벗어나 있고 보복수단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한편 중국정부는 이웃 국가들의 저가상품을 자국에서 몰아내기 위해 WTO의 반덤핑협약을 적용하려 들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아시아에서의 무역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며 WTO의 분쟁조정절차를 통해 몇년씩 진행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이 지역에서 무역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 일본과 중국은 다다미(일본의 바닥재)를 만드는 갈대와 관련해 서로 한방씩 주고 받은 바 있고, 이제 그것은 자동차와 휴대전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마찰은 앞으로 몇년간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며 태국과 대만에 의해 이러한 분쟁이 일어날 것이다. 이들 나라는 중국과의 경쟁을 통해 대부분의 시장을 잃게 될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무역긴장이 고조되는 한편에서는 경제협력을 위한 노력 역시 강화될 것이다. 세베리노 ASEAN 사무총장이 최근 주변국가의 희생을 대가로 하는 중국의 성장은 중국을 더욱 친근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그러나 경제협력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1996년 중국에 월마트가 들어섰고 이제 중국 전역에 걸쳐 10여개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내에서 월마트가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중국은 월마트의 마케팅전략을 성공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싸게 많이 판매함으로써 아시아 최고의 수출국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