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람의 마음을 조리하는 요리사.’
SK텔레콤의 정승룡 대리(29)와 KTF의 김재국 과장(40)에게는 앞치마를 두른 모습이 어색하게 보이지 않는다. 주방기구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면 이들이 요리를 취미 삼아 하는 것이 아님을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다.
정 대리와 김 과장은 음식 조리는 더 이상 자신들의 관심사가 아니라고 말한다. 두 사람은 ‘요리’가 한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도구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SK텔레콤 솔루션팀에서 법인 담당 영업을 하고 있는 정승룡 대리는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정 대리가 요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 것은 오랜 기간 자취생활을 하면서 늘게 된 요리실력 때문이다. 자취생활을 하다보니 한두가지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됐고 군대에서 장교로 근무하던 시절 취사감독을 하면서 요리사 자격증을 갖게 됐다는 것.
KTF 네트워크 협력팀에서 일하는 김재국 과장은 자격증은 없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요리의 달인’이다. 김 과장은 지난 85년부터 92년까지 호텔신라에서 바텐더와 와인 전문 웨이터인 소므리에로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호텔 재직 당시에는 한달에 두차례 정도 청와대 만찬에 동원될 정도로 인정 받은 요리사다.
그는 또 종업원 30명을 둔 일식집을 직접 경영해본 사람이다. 정 대리와 김 과장은 요리실력 덕분에 동료 직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정 대리는 경기도 수원 지점에 근무할 때 즉석요리로 여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적이 있다고 한다. 정 대리는 “야근시에 몇가지 재료로 떡볶이와 각종 군것질 재료로 즉석 퓨전요리를 만들어 여직원들의 환호를 받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 과장도 회사의 야유회 행사때 ‘감 놔라 배 놔라’하며 시어머니 노릇을 한다고 한다. 김 과장은 네트워크본부 워크숍 등 회사 행사와 대규모 이번트가 있을 때 자신의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도에서 조언을 해 회사 성격에 맞는 이벤트를 치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들이 요리솜씨를 발휘하는 것은 회사 내적인 일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하고 있는 업무의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적도 많다.
음식점에 무선결제단말기와 서비스 영업을 했던 정 대리는 자신이 갖고 있는 요리사 자격증으로 음식업중앙회 교육장 진출에 성공했다. 한식조리사 자격증이 무기가 돼 음식업중앙회 총무와 얘기가 순탄하게 진행됐고 결국 교육장 앞에 판매대를 놓고 음식점 경영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호텔신라에 재직하면서 만났던 지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초창기 망구축 당시 서울 및 근교의 건물, 토지 등을 임대하려면 특히 그것이 정부 부서나 회사 건물일 경우 공무원들이나 건물주를 설득하는 일이 어려운 일이었다고 김 과장은 회상한다.
이때 김 과장은 이들이 알고 지내는 사람과의 인연을 화제로 꺼내 부드러운 관계로 유도함으로써 공무원, 건물주 등과 쉽게 친해질 수 있었고 몇 차례 얘기가 진행되면 좋은 조건으로 건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내 굴뚝과 동호대교 근처의 고위층 건물을 이같은 방법으로 임대할 수 있었다.
정 대리와 김 과장은 앞으로도 요리를 대화의 주제로 삼아 자신의 업무에 충실할 생각이다. 또 요리를 통해 회사내의 직원들과 관계에 윤활유를 쳐주는 도구로도 사용할 계획이다.
이뿐 아니라 이들의 요리실력은 이들의 장래를 보증해주는 보험같은 역할도 한다. 정 대리는 훗날 회사를 은퇴하면 회사 근처에서 동료 직원들이 맛있게 식사할 수 있는 음식점을 경영하고 싶어한다.
김 과장도 마찬가지. 김 과장은 은퇴후 제주도에 계신 부모님을 도와 외국인도 찾을 수 있는 레스토랑을 차릴 계획이다. 은퇴할 때까지 알게 된 사람들이 제주도를 찾게 되면 한번쯤 꼭 찾게 되는 레스토랑을 차려 ‘요리’를 갖고 사람들의 마음을 계속 조리하고 싶기 때문이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