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주의 전반적인 상승 분위기속에 유무선 대표주자간 주가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 무선통신서비스주의 대표주자인 SK텔레콤이 최근 기세등등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유선통신서비스주의 선도주자인 한국통신은 더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통신서비스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양사가 외국인 매수와 물량부담에 따라 주가가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양종인 동원경제연구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상승폭을 키우고 있지만 한국통신은 확실한 정부지분 해소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더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세등등’한 SK텔레콤=SK텔레콤은 지난주 마의벽으로 여겨지던 25만원대를 7개월여만에 돌파하고 27만원에 육박하는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주말 26만7000원으로 마감한 SK텔레콤은 미국의 9·11 사태 이후 주가가 42.0%나 상승했다.
SK텔레콤의 상승은 외국인의 매수에서 촉발됐다. 외국인은 지난 한주동안 SK텔레콤 주식 13만2000여주 가량을 사들여 외국인 지분율은 48.13%로 높아졌다. 아직도 지분한도(49.00%)까지는 77만여주의 여유가 있어 외국인 추가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 양종인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테러사태 이후 자국의 통신서비스주가 오르는 것을 보고 국내 통신서비스주를 매수하고 있다”며 “특히 지분한도가 남아있는 SK텔레콤을 집중 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가를 짓눌렀던 한국통신의 물량이 해소된 것도 도움이 됐다. SK텔레콤은 지난 2일 장마감후 한국통신 보유주식 267만주(3%)를 인수하며 물량부담에서 벗어났다.
또 3분기 실적발표는 가파른 주가상승이 부담스러웠던 SK텔레콤에 또 한번의 모멘텀을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은 지난 8일 매출과 세후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각각 7%, 25% 증가한 1조6010억원과 2910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과 경상이익도 각각 52%, 48% 증가했다. 증권가는 SK텔레콤이 기대보다 더 나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정승교 LG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의 수익창출 능력을 고려할 때 연간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치보다 18% 늘어난 2조3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는’ 한국통신=한국통신은 SK텔레콤의 상승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만 보고 있다. 미국 테러 이후 지금까지 주가가 17.6% 상승했지만 SK텔레콤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지분율을 다 채운 한국통신은 최근 외국인이 이끄는 장에서 소외됐다. 한국통신은 현재 외국인 지분 37%와 전략적제휴 물량 12% 등으로 외국인 지분율 한도인 49%를 다 채운 상황이다. 외국인들은 최근 한달이 넘도록 지분한도(전략적제휴 제외)인 37.22%를 다 채우고 거의 매매를 하지 않고 있다.
정부지분 처리방안도 계속 한국통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한국통신의 정부지분은 1억2530만주(40.15%). 국내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1억주 팔고 나머지는 해외 전략적제휴 파트너에 넘길 예정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 실시한 5000만주의 정부 물량매각에서 240만주만 팔았을 정도로 정부지분 처리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반영원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 정부지분 매각 방안이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적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올 3분기 한국통신의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52.9% 늘어난 4766억원을 기록했다. 경상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66.6%, 79.4% 증가했다. 민경세 대우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호전과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성장성을 감안할 때 한국통신의 현재 주가수준은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바통 한국통신 이어받나=이렇듯 한국통신은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두고도 외적인 요인으로 상승을 제한받고 있는 셈이다. 통신서비스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한국통신이 정부지분 매각문제만 해결되면 그동안 오르지 못했던 주가를 단숨에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초로 예정된 정부지분 매각의 성패가 한국통신 주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반영원 연구원은 “한국통신은 올 상반기 정부 주식매각(5000만주)에서 팔지 못한 4760만주를 내년초에 재매각할 계획”이라며 “정부물량 매각시점이 한국통신 주가의 바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한국통신은 SK텔레콤에 이어 내년 하반기부터 주도주로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진영완 한화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이 내년 1월 SK신세기통신 합병에 이어 SKIMT 합병을 앞세워 상반기까지 세몰이를 할 것”이라며 “하반기부터는 한국통신이 정부 지분문제를 해소하고 SK텔레콤의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