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한국과 일본, 대만의 경쟁이 브라운관과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에 이어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로 옮겨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PDP업체들이 양산라인의 가동을 통해 시장개척에 나선 가운데 중화영관(CPT), 에이서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ADT), 포모사플라스틱 등 대만업체들이 내년중 PDP사업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업체로 양분된 PDP업계 구도는 내년에 대만업체가 가세한 3각체제로 바뀔 전망이다.
3국은 브라운관과 TFT LCD에서도 경합을 벌여 선발인 일본업체가 주도권을 한국업체에 내주고 한국업체는 대만업체로부터 도전을 받는 구조로 전개됐다. TFT LCD의 경우 에이서와 치메이의 통합사인 AU옵트로닉스가 일본 샤프를 제치고 삼성전자와 LG필립스의 뒤를 이어 3위에 올랐다.
삼성SDI·LG전자·오리온전기·UPD 등 국내업체와 FHP·파이어니어·NEC·마쓰시타 등 일본업체들은 최근 파일럿라인 또는 준양산라인을 통해 PDP를 생산중이며 올해말과 내년초에 생산량을 크게 늘려 시장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대만업체들의 PDP사업 진출은 이제 초기단계이나 투자의욕은 한국과 일본에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CPT는 올해말까지 월 7000개 규모의 준 양산라인을 구축, 내년 1분기중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며, 모니터업체인 ADT는 연구개발라인을 통해 모니터용 PDP를 소량생산하면서 내년중 양산라인 구축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화학업체인 포모사는 전반적인 디스플레이사업 확대전략에 따라 PDP사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하고 연구개발진을 확보, 개발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특히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오리온전기를 비롯한 한국업체에 대한 투자 또는 인수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막강한 자금력을 감안하면 대만의 PDP 투자를 선도할 만한 업체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만업체들의 사업진출로 국내 PDP업체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만에는 PDP를 구입해 쓸 만한 TV조립업체로는 삼포사가 유일하며 대형 모니터업체도 적어 대만 PDP업체들은 한국과 중국, 유럽연합, 북미 등 자국 밖의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보여 이 시장을 놓고 한국업체와 경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업체들은 한국과 대만업체에 비해 풍부한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초기투자 부담을 덜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만업체의 기술 수준이 아직 낮아 한국과 일본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나 TFT LCD 시장에서 그랬듯이 정부와 기업의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질 경우 무시하지 못할 상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