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열풍이 미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토이 스토리’ 1, 2편과 ‘벅스 라이프’ 등 내놓는 작품마다 화제를 뿌리며 흥행가도를 달려온 디지털애니메이션 업체인 픽사스튜디오와 디즈니 콤비가 이번에는 몬스터를 소재로 한 기발한 애니메이션을 내놓으며 미국 어린이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화제의 작품은 지난 2일 미국에서 개봉한 ‘몬스터 주식회사’. 이 작품은 개봉 첫 주 6350만달러라는 흥행수익을 기록하며 역대 애니메이션 사상 최대의 흥행기록을 순식간에 갈아치워 버렸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개봉된 역대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의 총 개봉 기록 중에서 전체 6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몬스터 주식회사’는 ‘토이 스토리’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피트 닥터가 감독을 맡았고 ‘토이 스토리’와 ‘벅스 라이프’를 감독했던 존 레스터가 제작 총지휘를 맡는 등 초호화 진용을 갖추고 있어 제작 초기부터 큰 관심을 불러온 작품이다.
또 이 작품은 존 굿맨과 빌리 크리스털이 주인공 설리와 마이크의 목소리를 생동감있게 재현하고 있으며 제임스 코번, 제니퍼 틸리, 스티브 부세미 등 할리우드의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자로 참여한 대작이기도 하다.
하지만 ‘몬스터 주식회사’가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 진짜 이유는 이런 외형적인 배경보다는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예상을 뛰어넘는 기발한 스토리 전개에 있다.
‘몬스터 주식회사’는 벽장 속에 괴물들이 있다고 믿는 아이들의 생각을 소재로 출발한다. 흔히 괴물하면 흉칙하고 못생긴 외모를 떠올리지만 이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익살맞고 귀염성이 넘친다. 괴물들의 법인인 ‘몬스터 주식회사’는 아이들에게 겁주는 일을 주 업무로 한다. 그렇다고 몬스터들이 아이들에게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몬스터 세계의 에너지원이 아이들의 비명소리이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일 뿐.
그러나 자신들보다 아이들이 더 무서운 존재라는 사실을 모른 괴물들은 네 살짜리 겁없는 꼬마 ‘부’를 괴물 세계에 데려오면서 일대 혼란을 야기하고 만다. 그리고 폭소와 비명이 어우러지는 한판 대소동 끝에 괴물은 자신들의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비명소리가 아니라 웃음 소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몬스터 주식회사’의 초반 인기 몰이에도 불구하고 디즈니의 마음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특히 지난 여름 시장에서 ‘슈렉’의 드림웍스에 참패했던 디즈니로서는 이번 작품을 애니메이션 왕국의 잃어버린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첨병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국 언론들은 디즈니와 드림웍스의 전쟁에서 흥행 수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스카상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시상되는 아카데미 애니메이션 장편영화 부문을 놓고 양사가 치열한 싸움을 벌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예상은 드림웍스의 ‘슈렉’이 우세한 상황이다. 따라서 ‘몬스터 주식회사’가 ‘슈렉’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디즈니로서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몬스터 주식회사’의 국내 개봉은 크리스마스의 전야를 뜨겁게 달굴 다음달 21일로 정해졌다. 벽장 속에 숨어사는 귀여운 괴물을 소재로 한 ‘몬스터 주식회사’가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몬스터 열풍을 불러올 수 있을지 기다려 볼 만하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