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의 악학궤범>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새 앨범 ‘Britney’

 

 소녀도 여인도 아닌,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새 앨범 ‘Britney’

 

 99년 데뷔 앨범 ‘Baby one more time’과 동명 싱글로 빌보드 앨범차트와 싱글차트에서 동시 1위라는 보기드문 기록을 세우며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미국에 본격적인 소녀 팝 시장을 열었다.

 그녀의 데뷔 앨범은 미국에서 다이아몬드앨범(천만장 이상 판매된 앨범)을 기록했고 그녀는 라이벌인 크리스티나 아귈레라에게 그래미 신인상을 빼앗긴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뮤직어워드 상을 휩쓸었다.

 데뷔 앨범으로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대성공이었다.

 이런 엄청난 성공은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필연적으로 소포모어 징크스에 대한 부담감을 주었다. 하지만 이듬해에 발표한 ‘Oops! I did it again’으로 그녀는 다시 다이아몬드앨범을 기록하면서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 앨범은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에 기댄 앨범이었다. 때문에 3집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변화가 요구됏는데 그것은 바로 스타로서 그녀의 롱런이 걸린 문제였다.

 하지만 거기엔 소포모어 징크스보다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틴 팝 스타인 그녀가 더이상 십대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대부분의 보이 밴드나 걸 팝 싱어들이 생명력이 짧은 이유는 그들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자연의 섭리 때문이다.

 고심 끝에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내놓은 카드는 ‘절반의 변신’이었다. 틴 팝 시장을 끌어 안으면서 성인 시장을 노리는, 이른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작전이었다. 이를 위해 1집과 2집에서 전권을 휘두르던 프로듀서 맥스 마틴의 비중을 낮추고 더 넵튠스나 로드니 저킨스 같은 신예 프로듀서를 끌어들였다. 이들의 가세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음악은 한층 도발적으로 변모했다. 때문에 이번 3집 앨범 ‘Britney’에서 그녀는 첫 싱글 ‘I’m a slave 4U’에서 사랑의 노예가 돼 본격적인 성인 신고(?)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Thank you’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영국 뮤지션 다이도가 가사를 써준 ‘I’m not a girl, not yet a woman’에서는 자신이 소녀도 여인도 아니라며 한걸음 뒤로 물러서고 있기도 하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 ‘Not a girl’의 주제곡이기도 한 이 노래는 이번 앨범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다. 또한 두 번째 싱글로 내정된 ‘Overprotected’에서는 맥스 마틴의 권유로 전형적인 그녀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조안 제트 앤 블랙하트의 히트곡인 ‘I love rock’n roll’에서는 헤비한 곡이 그녀를 거치면서 어떻게 섹시해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정교하게 계산된, 그러면서도 내실이 탄탄한 앨범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다. 이번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앨범은 셀프 타이틀인 ‘Britney’다.

 셀프 타이틀 앨범에는 보통 ‘이것이 진정한 나의 음악이다’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결국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이번 앨범과 관련해 모든 면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벌써부터 성공할 조짐이 보인다.

 (팝 칼럼니스트·드라마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