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최고의 게임 디자이너를 꼽으라면 항상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사람이 바로 시드 마이어다. 어떤 제품이든 그의 이름이 제품명 앞에 붙는 것이 영광이고 그것이 바로 인기 보증수표라고 할 수 있다.
리처드 게리엇이나 피터 몰리뉴, 빌 로퍼 등 세계 유수의 게임 디자이너도 감히(?) 달지 못하는 그 자부심은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수준이 되었다.
지금이야 스타크래프트나 커맨드 앤드 컨커 같은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이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지만 90년대 PC게임 초창기에만 해도 턴 방식의 전략시뮬레이션이 최고 인기를 끌었다.
그 중 최고의 게임으로 꼽았던 것이 바로 문명 시리즈였다. 이 작품으로 시드 마이어는 게임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최초의 게임 디자이너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문명은 국내에서도 많은 팬들이 존재한다.
지난 91년 문명 1편을 시작으로 96년 문명 2 그리고 문명 3편이 6년 만에 게임시장에 선보였다. 문명 1, 2를 발매하던 마이크로프로즈(현재 인포그램으로 합병)와 결별한 후 파이락시스를 설립한 시드 마이어는 이미 알파 센터우리 등으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계의 독보적인 존재임을 입증해 왔다.
문명 3편은 언뜻 보면 1, 2편에 비해 커다란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바로 핵심 콘셉트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인데 다만 도스에서 윈도 3.1 그리고 윈도98까지 OS의 변화에 맞춘 제품이라는 것이 오히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명이 많은 게이머들을 열광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게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최고의 장점인 중독성이 이 게임에서 극대화된다는 데 있다. 마치 인기 소설책을 한 단원만 읽고 끝내지 못하는 것처럼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그 중독성에 빠져 들어간다.
이는 바로 게이머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만의 역사를 만든다는 핵심 콘셉트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역사왜곡, 테러, 환경오염 등 수많은 사회 문제에 대해 소외된 3자에서 적극적인 자아로 이끌어주는 요소가 문명의 성공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문명 3편이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3편은 종전에 군사와 기술 개발로 인한 승리 요건 이외에 문화와 외교에 대한 기능을 강화해 승리 요건 및 게임 진행을 보다 다양화시켰다. 또한 보다 세밀해지고 향상된 그래픽과 사용자 위주로 맞춰진 인터페이스는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하지만 문명을 최고로 손꼽는 것은 바로 놀랄 만한 적의 인공지능(AI)이다. 1, 2편의 인공지능만으로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지만 이번 3편은 인공지능이 보다 정교해지고 사실적이다.
<인포그램코리아 최준원 과장 jwchoi@kr.imfogra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