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피아>3권의 고전에서 인간관계의 지혜를 배운다.

 

 ◆열국지 / 풍몽룡 지음/ 김영사 펴냄

 ◆도쿠가와 이에야스 /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 솔출판사

 ◆정관정요 / 오긍 지음 / 새물결출판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스탠퍼드대학 출신 CEO가 “대학에서 배운 경영학은 모두 헛 것이다. 우리가 정작 배워야 할 것은 사교술이나 인간관계학이어야 했다”고 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경영자들에게서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특히 엔지니어출신이 대부분인 IT기업 경영자들은 인간관계를 잘 풀어나가는 데 더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경영자라면 인간관계가 사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쉽게 인정할 것이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휴먼 네트워크’나 중국의 ‘관시(關係)’ 같은 용어들은 모두 인간관계가 사업에서 핵심적인 요소임을 말해준다.

 물론 인간관계를 가르쳐주는 처세서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사람을 만날 때 처세서의 구절을 기억하고 행동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사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인간관계를 잘 풀어가는 법을 구체화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 가운데 삶의 지혜뿐 아니라 사업과 사람에 대한 지혜도 자연스럽게 체득시켜주는 책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책이 ‘열국지(列國志)’다. 원저자가 풍몽룡이라고 하지만 ‘사기’ ‘전국책’ ‘춘추좌씨전’ 등 중국의 고전이 거의 대부분 이 책에 녹아 있다. 열국지는 중국역사에서 개인들이 가장 화려하게 자신들의 ‘개인기’를 뽐내며 춘추전국시대를 헤쳐나간 생생한 기록이다. 이 시기를 난세라고 하지만 사실은 사람의 온갖 지혜가 솟구쳐 나오고 제자백가가 활약했던 인류의 황금기였다. 유교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히기 전의 의롭고 지혜롭고 용감하며 또한 간교하고 사악하며 어리석은 인물들의 역사가 쉼없이 펼쳐진다. 나는 중요한 경영상의 결정을 내릴 때나 인간관계의 어려움에 처했을 때 열국지를 꺼내든다. 10여권의 방대한 분량에 주눅들 필요는 전혀 없다. 어떤 책을 펼쳐도 그 다채로운 상황이 나를 사로잡는다. 마음 내키는 곳 어디든 펼쳐서 30분 정도만 읽으면 고민의 답이 나오는 신비한 내공이 이 책 속에는 서려 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일본판 삼국지다. 야마오카 소하치가 50년부터 17년 동안 쓴 이 소설은 일본 전국시대 말기에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는 주요한 세 인물의 인간성과 그 성격의 연장에서 삶이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박진감 넘치게 다룬다. 아마도 우리나라 CEO의 대부분은 오다 노부나가 스타일일 것이다. 그는 ‘울지 않는 새’는 죽이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같은 ‘난세’에 어떤 스타일의 경영자가 최후의 승리자가 될까. 몇 년 전에 닛코를 찾았을 때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묘소로 오르는 계단옆에 이 책에 나오는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는 그의 유명한 말이 팻말 위에 적혀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의 승리 비결은 아무래도 긴 안목과 삶 앞에서의 겸손함이 아닐까.

 ‘정관정요(貞觀政要)’는 오래전부터 제왕학의 교과서로 잘 알려져 있다. 당태종(서기 627∼649년)의 정치에 관한 언행을 태종이 죽은 지 50여년이 지난 뒤에 오긍이라는 역사가가 편집했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오직 한 가지. 모든 경영자들이 가장 하기 힘든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남의 말에 진심으로 귀기울이고 자신의 허물을 고치는 것. ‘윗사람’인 경영자가 고언에 귀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희귀한 일인지 우리는 안다. 정관정요에는 오늘의 경영자가 겪을 만한 거의 모든 상황이 나오지만 그 골자는 태종에게 목숨을 걸고 간언하는 용감하고 현명한 인재들과 간언을 기꺼이 들으며 자신 가다듬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용기 있는 CEO 태종의 이야기다.

 앞서 소개한 세 책은 모두 최근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역됐다는 공통점을 갖는 대작들이다. 이들 책을 읽는 독자들, 특히 최고경영자들은 어떤 경영서나 처세서에서도 배울 수 없었던 사람과 사업의 지혜를 자연스레 몸에 익힐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 책을 읽는 동안 세상을 한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는 사람만이 갖을 수 있는 통찰력까지도 생겨날 것이라고 믿는다.

 <정진욱 모닝365대표 ceochung@morning36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