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일하며 가수를 꿈꾸는 한 여인이 있다. 그녀는 매일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을 뽑아 신문 판매대로 향한다. 가판대 창구 안으로 컵을 밀어넣자 담배 한개피와 라이터를 불쑥 내미는 손. 팍팍한 일상을 담배연기에 날려보내곤 하는 여인과 좁은 가판대를 지키는 남자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가수 ‘왁스’의 발라드 ‘화장을 고치고’를 듣는 이들은 감미로운 선율보다 수려한 뮤직비디오 영상에 먼저 주목한다. 영화 ‘조폭마누라’에서 가위를 휘두르는 신은경이 긴 생머리에 자주 눈물을 보이는 가녀린 여인으로 등장하는 것도 색다르지만 뮤직비디오에 담긴 가슴아픈 사연이 노랫말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어릴 때부터 TV를 끼고 살아온 비디오 세대들에게 영상이 빠진 음악은 이제 더이상 의미가 없다. 이들에게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특별한 이벤트가 눈앞에 다가왔다. 23일 저녁 7시부터 리틀엔젤스회관에서 열리는 ‘2001 m.net 뮤직비디오 페스티벌’이 그것.
올해로 3회째를 맞는 행사지만 540여편의 출품작이 쏟아졌을 정도로 대규모인데다 시상식에 대한 국내외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최근 네티즌 투표를 통한 1차 예심과 뮤직비디오 동호회원의 시사회를 거쳐 남녀신인부문 등 20개 부문의 후보작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열기를 더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화제작은 신인그룹 및 R&B 부문 등 2개 부문 후보에 오른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년’. 영화 ‘와호장룡’에서 장쯔이의 상대역으로 출연해 야성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을 발산했던 ‘장진’과 영화배우 이범수가 김현주를 사이에 놓고 펼치는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한편의 영화같다.
‘왁스’의 ‘오빠’는 탤런트 하지원의 화려한 춤실력과 립싱크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으로, ‘화장을 고치고’와는 180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솔로 데뷔 이후에도 여전히 인기를 누리는 강타의 ‘북극성’은 헤어진 여자를 못잊는 남자주인공으로 출연한 강타가 짙은 화장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특히 올해는 유명 스타들이 출연한 뮤직비디오가 많아 페스티벌장은 여느 영화제 시상식 못지않은 ‘별들의 경연장’이 될 전망이다.
신하균·이요원이 눈덮인 스키장을 배경으로 촬영한 포지션의 ‘아이 러브 유’나 배용준·이나영이 등장하는 조성모의 ‘잘가요 내사랑’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영상미가 뛰어나다.
일본과 중국의 현지 홈페이지인 ‘m.net Japan’과 ‘엠차이나타운’에서 실시하는 네티즌 투표로 선정되는 ‘아시아 시청자 특별상’은 국내 가요를 해외에 널리 알린다는 점에서도 뜻깊다.
m.net 관계자는 “국내 뮤직비디오 동호회가 최근 200개를 넘어설 정도로 뮤직비디오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면서 “이번 행사는 한국의 뮤직비디오 열기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