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콘텐츠의 세계>(47)유료화와 카피레프트  

◆최종욱 (마크애니 대표이사)

 

 저작권에 대한 카피레프트(copy left) 측의 주장은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 기술이라는 것은 그 이전의 새롭지 않은 지식이나 정보, 기술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 유통되는 콘텐츠에 대해 저작권을 행사해 유료화를 강행하는 것은 자유로운 정보 소통과 사용은 물론 공유를 방해함으로써 정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고착화시킨다는 주장이다.

 또한 유료화는 독점을 조장하고 공유를 배척함으로써 사회 발전과 대중의 문화 향유권을 박탈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카피라이트(copy right) 측은 카피레프트 측이 저작권 정신을 잘 모르고 있다고 반박한다. 카피라이트란 독점을 보장하고 공유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 노력을 다한 결과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인정하고 필요한 경우 공익을 위해 공유도 보장한다는 것이다.

 카피레프트는 자유 소프트웨어 재단(FSF:Free Software Foundation, 1983년 설립)의 리처드 스톨만(Richard Stallman)에 의해 제창되었고 GNU프로젝트를 통해 추진되고 있다.

 GNU에서 사용하는 카피레프트 개념은 카피라이트 노티스(notice)와 GPL(General Public License)로 구성된다. 카피라이트 노티스는 카피레프트된 소프트웨어를 다른 사람이 수정해 현행의 저작권으로 등록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GPL 라이센스가 부여된 소프트웨어는 누구나 자유롭게 복사하고, 사용할 수 있으며 수정할 수 있다.

 카피레프트는 실제적으로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를 공짜로 사용하자는 주장은 아니다. 오히려 카피레프트에서 사용하는 카피 노티스는 저자의 창조적 노동에 대해서는 보호하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근거해 볼 때 카피레프트 운동은 모든 정보와 콘텐츠에 대해 공짜로 쓰겠다는 주장과 움직임이라는 일반인들의 인식은 상당히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카피라이트 측이 제기하는 가장 근본적인 의문인 ‘우리가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없다면, 왜 그런 저작물을 생산하기 위해 노동을 하여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카피레프트 측은 완전히 반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콘텐츠의 유료화는 저작자의 노력과 창의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소비자에 대한 양질의 서비스 제공이라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9월 처음으로 방송 콘텐츠를 국내 최초로 유료화한 SBSi의 사례는 대단히 시사적이다.

 처음 SBSi에서 방송 콘텐츠의 유료화를 선언하였을 때 많은 앤티사이트가 등장하고 시민단체들과 네티즌들의 항의가 잇따랐으나 서비스의 향상과 꾸준한 홍보에 힙입어 재는 대단히 안정적으로 유료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제값을 받기 위해서 좋은 제품을 만들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유료화의 목적이라면 어느 누구도 반대할 수 없다.

 유료화에는 여러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의 영화사와 음반업계에서 채택하고 있는 저작료 징수방식은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사용할 때마다 혹은 월별로 일정액을 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복제가 가능한 기기에 대해 저작권을 징수하고 있다.

 유럽에는 컬렉션 소사이어티라고 불리는 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복사 장비 업체로부터 세금을 걷어 저작권자에게 분배하는 단체로서 종전까지는 복사기와 녹음기, 비디오 테이프에 대해 복사 세금을 걷어왔고 PC에 대해서도 일부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장비에 저작권료를 징수하는 제도가 이상하게 보이지만 유럽에서는 보편적이다.

 칼 마르크스에 의한 ‘사적 소유’ ‘개인적 소유’에 대한 구분과 그에 근거한 이데올로기적인 저작권 논쟁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이미 베를린조약이나 WTO 등을 통해 지적재산권은 선진국들의 국가 전략무기로서 인식되고 있으며 저작권의 양이나 수에 있어 절대 열세에 놓여 있는 한국으로서는 이들의 논리와 공세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지금 우리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하여 저작물을 보호하는 법안을 만들고 풍부한 저작물을 확보해 선진국으로 이를 역수출하는 문화콘텐츠 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할 때다.

 그리고 콘텐츠를 생계 수단으로 하고 있는 아티스트들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디지털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시비는 이제 시간 낭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종욱 juchoi@markan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