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칩전자부품시장에 ‘0603’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전자제품의 슬림화·콤팩트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기·쎄라텍·필코전자 등 주요 전자부품업체들이 가로 세로 0.6×0.3㎜ 크기의 칩전해 커패시터, 칩인덕터, 칩저항 등을 경쟁적으로 개발,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국내 칩부품시장을 주도해온 ‘1005’ 부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그 자리를 ‘0603’ 부품이 급속히 대체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황=칩부품 소형화에 단연 앞선 업체는 삼성전기(대표 이형도 http://www.sem.samsung.co.kr)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0603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의 개발을 완료하고 월 3000만개 규모의 양산시설을 가동중이다. 삼성전기는 순금보다 비싼 가격의 이 제품의 생산을 점차 늘려 전체 매출의 30% 규모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0603 칩인덕터의 경우 지난 10월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초반 양산에 돌입한다. 삼성전기는 내년 생산되는 이동전화기 신규모델에 0603 칩인덕터를 공급하기로 하고 양산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0603 칩저항도 내년 4월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필코전자(대표 조종대)는 지난해말부터 180억원의 자금을 투자해 0603 칩인덕터를 개발하고 양산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필코전자는 시생산시 수율이 80%에 달하고 정밀절단·정밀적층·저온소성기술 등을 자체 개발해 양산에 돌입할 경우 경쟁력을 자신한다는 입장이다.
쎄라텍(대표 안병준)도 올해 중순 0603 칩인덕터를 개발하고 소량을 생산해 모듈 생산업체 등에 샘플로 공급하고 있다.
◇0603 부품의 의미=0603 칩부품은 256M 반도체에 버금갈 정도로 칩전자부품산업에는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점쳐지는 차세대 제품. 0603 부품은 기존 1005 부품에 비해 부품의 실장공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
특히 우리보다 2년 전 앞서 0603 제품을 개발한 무라타·도코·FDK 등 일본의 칩부품업체들도 아직까지 이들 부품에서 큰 매출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국내업체들이 양산에 따른 우수한 품질과 수율을 확보한다면 동일선상에서 세계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0603 칩부품은 현재 전압제어발진기(VCO)나 온도보상형수정발진기(TCXO) 등 일부 모듈 제품에 한정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나 소형 전자기기를 중심으로 적용이 적극 검토되는 등 내년중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필코전자 고현종 개발팀장은 “0603 칩부품 개발은 실버페이스트 인쇄기술, 정밀절단기술, 저온소성기술 등 고급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본업체들과의 기술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증거”라며 “일본의 개발 및 양산 동향을 주시하며 초기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망=지금까지 0603 칩부품 시장의 활성화를 막은 요소들이 하나둘씩 극복되면서 내년말께나 내후년이면 시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0603 칩부품은 가격이 기존제품의 3∼5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높은데다 이를 회로에 장착하는 칩마운터의 정밀도가 떨어져 수요가 많지 않았다. 게다가 크기가 작은 만큼 성능면에서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정상수율을 내는 마운터가 속속 개발돼 VCO, TCXO, 블루투스 모듈 등 크기에 민감한 모듈형 부품에 이어 정격전력이 낮은 디지털카메라나 이동전화기 등 소형전자기기를 중심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기 권태균 칩저항개발담당은 “이동전화 제조업체들이 다중밴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트리플 VCO가 필수적인데 0603 칩부품을 사용하지 않고는 이를 생산할 수 없다”며 “이런 경우가 점차 늘어나면서 0603 칩부품 시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쎄라텍 박춘식 영업부장은 “이르면 2003년 상반기께 0603 칩부품의 가격이 1005 칩부품에 대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며 시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결국 이때까지 양산품질을 확보하고 가격경쟁력을 갖춰 초기시장을 탄탄히 다진 업체들이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