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컴덱스쇼는 9·11테러와 전례없는 IT불경기속에 치러지고 있지만 신기술의 경연장이라는 컴덱스의 이미지에 걸맞게 다양한 제품과 기술들이 등장해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새로운 기술 흐름을 파악하고 내년 IT시장의 분위기를 파악하려는 관람객들의 열기는 결코 예년에 못지않다.
국내 업체들도 개막 3일째를 맞으면서 상당한 수출 상담 실적을 올리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현지 좌담회를 개최해 컴덱스 참가업체들의 기대와 성과, 향후 우리가 준비해야 할 사항 등을 점검해봤다. 이번 좌담회는 전자산업진흥회 이희준 이사의 사회로 주대규 디지털테크놀러지 사장, 최세진 가남전자 사장, 이윤봉 위즈네트 사장, 권오균 한국스프라이트 사장, 이혁 디지털디바이스 이사 등 6명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편집자
◇사회(이희준 이사)=지난해 3분기 이후 둔화된 경기성장이 올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는데 예기치 못한 9·11 테러사태로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경기침체의 한가운데 IT기업들이 놓여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IT업체들은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100개가 넘는 업체들이 전시회에 참가해 해외진출의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컴덱스 참가 동기와 관람객들의 반응은 어떤지요.
◇최세진(가남전자 사장)=우리 회사는 한국·대만·일본 등 3개국의 투자를 받아 설립한 회사입니다. 이번 전시회 참가가 올해로 4번째인데 주로 고품격 디자인의 컴퓨터 케이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에 좀 더 신경을 써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아무리 성능이 좋더라도 디자인이 좋지 않으면 고객들은 외면하게 마련이지요. 이번 전시회에는 고품격 컴퓨터 케이스와 TFT LCD 기술을 기반으로 프리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주대규(디지털테크놀러지 사장)=이번 컴덱스에서는 수출 계약 건수를 올리기보다는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우리 회사는 지난 98년 6월 설립 때부터 해외시장을 개쳑한다는 일념으로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LCD 모니터·웹패드·e북 등을 수출, 올해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경쟁상대인 대만 업체들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각오로 참석했습니다.
◇이혁(디지털디바이스 이사)=우리 회사는 그동안 당시 컬러TV 브라운관을 중남미·중동지역에 수출했으나 중국 기업들이 저가시장에서 크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지난해부터 40인치 벽걸이TV 등 고가제품을 개발, 주력제품을 고급화하고 있습니다. 주로 중동 및 중남미 지역의 대형 가전업체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이번 컴덱스를 통해 고급형 벽걸이TV 등 고가제품을 홍보하는 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이윤봉(위즈네트 사장)=이번 전시회를 통해 정보가전 분야의 바이어들과 주로 접촉하고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애쓰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부산대학교 인큐베이팅벤처로 출발, 시스템칩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데 정보가전이나 음성데이터통합 등 신기술 분야에서 세계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지요.
◇권오균(한국스프라이트 사장)=우리 회사는 삼성전자·LGIBM 등에 컴퓨터 스피커를 OEM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는데 최근들어 OEM 분야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주시장의 경우 OEM 방식으로 수출하는데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요. 앞으로는 자체 브랜드로 승부할 생각입니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남미지역과 미국 동서부지역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사회=IT시장에 대한 전망이 매우 불투명합니다. 이번 컴덱스를 통해 향후 새로운 가능성은 발견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최세진=지난해까지 한국 업체들은 주로 샌드엑스포 전시장에 제품을 출품했는데 이번에는 샌드엑스포 행사장이 없어져 전체적으로 규모가 줄어든 것 같아요. 특히 유럽 및 동남아, 남미 바이어들의 참가가 눈에 띌 정도로 저조합니다. 이렇게 바이어들의 발길이 끊긴 것은 최근들어 대형 바이어들의 구매가 줄어들고 소규모 거래만 이뤄지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윤봉=독일의 칩 전문 전시회 ESC에 나갔을 때는 나름대로 소득을 얻었습니다. 이번에는 워낙 글로벌한 전시회라 기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 처음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는 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군요. 아무튼 이번 전시회를 통해 미래 IT시장에 대한 흐름만이라도 대강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업체들의 저조한 참여로 여간 힘들지 않네요.
◇주대규=우리 회사는 지난 9월까지 성장세를 이어 왔는데 9·11사태 이후 중소기업의 혼란이 에상 외로 심각합니다. 계약 연기와 원자재 상승 등으로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컴덱스에 경쟁업체인 대만 업체가 참가하지 않아 어느 정도 반사이익을 얻는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목적을 갖고 승부수를 던진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권오철=확실히 이번 컴덱스는 경기침체와 9·11 테러사건으로 다른 때보다 다소 활기를 잃은 것 같습니다. 동종업계 참여가 줄어들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불황기일수록 경쟁력 있는 기업들은 가능성이 많은 것 아닌가요.
◇이혁= 9·11 테러사건으로 최근 NEC와 체결한 파트너십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 모 건설업체와 벽걸이TV 공급에 관해 심도있는 협상을 진행했는데 적지않은 희망이 되고 있지요.
◇사회=컴덱스는 신기술의 경연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년 이 전시회를 통해 새로운 기술들이 소개돼 향후 시장을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지요. 이번 전시회에서 특별히 인상적으로 지켜본 제품은 무엇이었습니까. 또 전시회의 성과물이 있다면.
◇주대규=3일 동안 수출 상담을 하면서 월 1000대의 TFT LCD를 판매하기로 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습니다. 또 이번 컴덱스에서 독특한 아이디어를 얻은 것도 이번 전시회에 참가해 얻은 중요한 소득 중 하나지요.
◇최세진=한국관 입주업체들은 그렇게 나쁜 것 같지 않아요. 개별 업체 입장에서는 새로운 바이어 하나만 만들어도 그 전시회는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동안 파악하지 못했던 시장의 흐름을 파악한 것도 중요한 경험이 됐습니다.
◇권오균=컴덱스를 찾은 바이어나 관람객은 크게 줄었지만 계약 상황만 놓고 보면 지난해에 비해 우리는 4배 이상 좋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특히 미 동부시장 개척의 디딤돌을 마련한 것은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올해 컴덱스에서 수출 상담을 하면서 내년 경기 전망과 IT업계 분위기는 어떻게 파악하셨습니까.
◇권오균=이번 전시회에서 만난 바이어 및 경영자들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12월 크리스마스를 계기로 재고가 줄어들고 3월 이후에는 신규 수요가 발생해 경기회복이 이뤄질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혁=기업 입장에서 재고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 사실입니다. 시장이 회복되면 대량생산이 가속화되고 차세대 제품의 출시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내년 상반기중에는 무언가 경기회복의 징후가 보이지않을까 생각합니다.
◇사회=우리나라는 전자산업진흥회와 소프트웨어산업협회 주도하에 지난해보다 많은 기업들이 한국관과 다른 전시관에 참여했습니다. 한국관에 대한 전체적인 의견이나 앞으로 한국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말해주십시오.
◇이혁=부스 배치시 동종업계를 묶어서 전시하는 것이 업체들의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추첨을 통해 부스 위치를 선정하면 특색없는 한국관이 되기 십상입니다.
◇권오균=전시공간을 개방형과 폐쇄형의 중간 형태로 만들어 관람객들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국관에 실제 한국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아이덴티티 부여 작업도 한국 기업을 대외적으로 널리 알리는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또 상담 장소가 공간이 협소한 것도 개선되어야 할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