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내년 4월까지 2개사로 기업을 분할하기로 함에 따라 새로운 경영체제 확립을 위해 LG가 추진해온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이 사실상 일단락됐다고 볼 수 있다.
◇배경=LG는 지난해 7월 오는 2003년까지 그룹의 지배구조를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LG화학을 3개사로 분할해 화학부문 지주회사의 틀을 잡은 데 이어 지난달에는 유통부문을 대대적으로 통폐합해 사업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어 15일에는 전자부문의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전격 발표했다.
따라서 LG는 오는 2003년까지 화학부문의 LGCI와 전자부문의 LGEI를 통합, 하나의 지주회사와 그 산하의 사업자회사로 지주회사체제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절차와 시간만 남겨둔 셈이다.
◇의미=LG가 그룹의 지배구조를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기로 한 것은 사업과 출자를 분리해 투명경영을 실현하고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주주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다.
따라서 LG전자의 이번 기업분할 결정도 같은 맥락에서 그 의미를 분석해볼 수 있다.
LG전자는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출자구조를 합리화함으로써 순환출자에 따른 계열사간 부의 이전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해소시킴으로써 투명경영을 실현할 방침이다.
또한 사업자회사는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운영하되 경영진 평가시 주주가치 증대를 중심으로 평가·보상함으로써 주주가치를 중시하는 경영풍토를 조성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이번 기업분할 결정으로 회사에 대한 외국투자자는 물론 주식시장의 평가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그동안 통신서비스 자회사에 대한 자금부담 등으로 국내외 경쟁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아 온 회사(주식)가치가 향후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
LG전자가 기업분할을 하면서 LG화학과는 달리 사업자회사를 하나로 만든 점도 주목된다.
LG전자는 사업자회사를 분할하는 대신 하나의 사업자회사로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와 글로벌 마케팅 역량을 공유하면서 회사 경영에서 창출한 이익을 디지털디스플레이부문과 차세대 정보통신부문에 집중 투자해 세계적인 디지털·정보통신 선도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
◇전망=그러나 이같은 LG의 지주회사 비전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몇가지 걸림돌을 해결해야 한다.
우선 복잡하게 얽힌 출자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전자관련 업종에 대한 출자구조 재편에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 남아있다.
또한 지주회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지주회사가 상장된 사업자회사 지분은 30% 이상, 비상장 자회사 지분은 50%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LGCI의 LG화학과 LG생활건강에 대한 지분율이 각각 6.7%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것에서 알 수 있듯 현재 대부분의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지주회사 요건을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어쨌든 LG전자의 이번 기업분할 선언은 대기업이 스스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가치 극대화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결정임이 틀림없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