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도서정가제 입법논란 배경

 도서정가제 문제로 출판계가 또 다시 술렁이고 있다.

 할인 판매를 규제하는 도서정가제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온·오프라인 출판계를 극한 대립으로 몰고 간 출판계 최대의 이슈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 입법을 추진하던 문화관광부가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에 부딪쳐 입법을 포기하고 온·오프라인 출판계가 자체적으로 협의기구를 구성, 합의안을 도출해 냄으로써 도서정가제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온·오프라인 업체들간 합의가 깨지고 대형서점들까지 할인경쟁에 뛰어들면서 도서정가제 문제는 또다시 수면위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 15일에는 여야의원들이 10% 이상의 책값 할인을 규제하는 내용의 ‘출판 및 인쇄 진흥법안’을 의원 입법의 형식으로 다시 발의했고 인터넷서점들은 이에 반발, 집단 행동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법안의 골자는 서점 등 간행물 판매업자가 발행일로부터 1년이 경과하지 않은 간행물에 대해 정가의 10% 범위 내에서 할인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한 것과 이를 어길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한 것.

 국회 문광위 관계자는 “유통질서를 바로잡고 인터넷 서점들의 지나친 할인 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안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와관련, 오프라인 출판계의 관계자는 “과태료 300만원은 액수보다 일반 공산품과 다른 도서 출판의 특수성을 강조하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며 “스크린쿼터제가 한국영화를 살리는 기반이 됐듯 도서정가제는 최근 중소형 서점의 잇따른 도산으로 어려움으로 겪고 있는 출판계를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서점 측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책 값 할인폭을 10%로 제한하고 배송료를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하면 인터넷서점은 대형서점과 전혀 경쟁이 안된다는 주장이다.

 모닝365의 정진욱 사장은 “책 값 할인폭을 제한하는 것은 시장논리에 위배될 뿐 아니라 원하는 가격에 책을 살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네티즌 100만 서명운동 등을 통해 이를 막는 입법 저지 투쟁을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알라딘의 조유식 사장도 “현재 문을 닫고 있는 대부분의 중소형 서점은 일반 단행본 판매가 아니라 참고서·잡지 등을 판매하며 수익을 얻어온 영업점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도산 이유를 도서정가제 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무리”라며 “시장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출판계의 구조조정을 도서정가제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조정하려 하는 것은 출판계의 궁극적인 발전에 해가 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이 주장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섬에 따라 향후 입법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최근에는 도서정가제를 지지해 온 일부 출판사들과 대형서점들까지 할인판매 경쟁에 가세하고 있어 도서정가제 문제는 이제 단순히 온·오프라인 업체들 간의 대립 구도를 벗어나 오프라인 출판업체들간의 마찰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사실상 1년이 넘게 끌어오며 출판계를 극한 대립으로 이끌고 있는 도서정가제 문제가 이번 입법과정에서 어떻게 귀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