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과 기협중앙회·벤처기업협회·여성벤처기업협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다산벤처가 후원하는 제29회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 숭실대 교수)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5층 소회의실에서 ‘벤처와 코스닥 퇴출제도’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최근 관련제도 개선안을 제출한 증권연구원 담당자와 법률·증권·학계 전문가, 등록기업 대표 등이 참석, 현행 코스닥 퇴출제도와 향후 바람직한 개선방안은 무엇인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편집자
△참석자=류해필 SK증권 상무, 배재광 AT그룹 소장, 이순배 소프트맥스 이사, 임민수 인컴아이엔씨 사장, 장범식 숭실대(경영학) 교수, 최선철 한국기술벤처재단 전문위원, 최원근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가나다순)
△사회=오해석 벤처지원포럼 회장(숭실대 교수)
△장소=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5층 소회의실
◇사회(오해석 벤처지원포럼 회장)=코스닥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많은 벤처기업들이 직접금융 창구로 코스닥진출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코스닥 시장 건전성 제고와 활성화를 위해 최근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현행 퇴출제도의 순·역기능과 향후 바람직한 개선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먼저 얼마전 본 제도와 관련해 개선방안을 연구했던 최원근 연구위원께서 연구의 배경과 방향 등에 대해 간단히 말씀해주시죠.
◇최원근(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이번 연구는 코스닥시장에 존재하는 투자부적격 종목으로 인해 훼손된 시장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제도 개선시 단기적으로는 힘든 상황이 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건전성을 높여 벤처기업들의 원활한 자금조달이 가능하게 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전제에서 시작됐습니다.
현행 제도는 미미한 사전유예제도 효과, 자본배분의 왜곡, 국제적 정합성 미흡, 정부 퇴출책과의 괴리 등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연구는 코스닥과 유사한 해외 신시장의 제도를 참고해 퇴출제도를 국제적 수준에 접근시키도록 했습니다. 나스닥의 경우 상장유지조건이 상장조건과 유사한 높은 수준을 갖도록 하고 퇴출에 엄격한 조건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 영국·이탈리아 등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사유 해소시까지 거래가 중지되는 특이한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특이한 시사점이 없어 상대적으로 우리시장이 좀더 앞서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죠.
이번 개선안은 시장 지향적 운영을 기조로 설정하고 미래 잠재투자자와 해외투자자를 유치한다는 데 방향성을 잡았습니다. 개선안에 비춰 퇴출대상기업을 실증분석해보면 자본전액잠식 8개사, 자본부분잠식 4개사, 월평균 거래량 미달 2개사, 주식분산기준 미달 6개사 등으로 나타나 당장 시장에 급격한 여파가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장범식(숭실대 교수)=우선 코스닥 기업 퇴출 개선방향의 취지에 대해 공감합니다. 퇴출제도 강화가 논의되는 지금은 코스닥 등록기업이 거래소 시장보다 많아지는 시기입니다. 이젠 코스닥 등록 후 거래됐다는 것은 더이상 사기업이 아님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코스닥 시장의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불필요한 자원낭비뿐만 아니라 투자자보호 측면이 더욱 고려돼야 합니다.
코스닥 시장에서 두드러진 문제인 불성실 공시는 물론 불량거래에 퇴출제도를 활용해야 합니다. 코스닥 시장에 대한 불신의 상당부분은 공시에 있습니다. 등록기업들이 공시를 번복해 신뢰도를 하락시키고 있는데 나스닥 시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 경우 소송이나 퇴출로 이어집니다. 또 정기보고서 제출의무를 다하지 않는 기업은 공기업의 의무를 져버린 것이므로 반드시 퇴출돼야 합니다. 물론 기업들이 공개기업으로서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기업의무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합니다. 또 퇴출절차를 보완해 적법하고 명확히 할 필요가 있으며 장기적으로 퇴출기준에만 치중하지 말고 등록유지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여기에 등록은 쉽지만 강력한 퇴출 및 유지제도를 운영중인 영국·독일·프랑스 등 선진시장의 예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화된 퇴출제도도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실수로 발생한 부분은 보완작업이 필요하지만 불성실 공시나 불공정 거래시는 아무리 규모가 작더라도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또 제3시장은 코스닥에서 거래되지 못하는 기업이 거래되는 고위험 시장이지만 퇴출제도를 정비해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배재광(AT그룹 소장)=퇴출제도는 경쟁의 요구가 중요하게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현재 대부분 퇴출제도는 실질적으로 제기능을 못하고 있죠. 그리고 퇴출기업 투자자의 보호가 아니라 잠재투자자의 보호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미국은 7단계의 퇴출절차를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 제도는 적법한 절차에 소홀한 부분이 있습니다. 또 이의신청절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또 법령을 위반해 퇴출된 기업과 유지조건 위반에 의한 퇴출기업간에 구분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공시뿐만 아니라 사업계획서 이행여부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장으로 발전돼야 합니다. 물론 여기에 감독자의 감시감독 기능강화와 관계기관간 협조가 선행돼야 합니다.
◇최선철(한국기술벤처재단 전문위원)=현행 코스닥등록제도에서 벤처에 대한 특례조항이 있는 상황에서 퇴출조항만 강화하면 등록후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벤처가 부실화전까지 계속 거래되는 상황을 막기 힘듭니다. 그렇다고 벤처인증제도를 강화하는 것도 문제의 명확한 해결책이 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시장에서 높이 평가받은 기업이 등록되도록 적극적인 관리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합니다.
또 나스닥 수준의 퇴출요건을 신설, 강화하면서 나스닥에도 없는 재등록제한기간 규정을 두는 것은 기업 반발이 예상되므로 즉시 재등록 규정마련 등 재검토가 요구됩니다. 퇴출기업의 대체시장으로 제3시장 활용이 제기되고 있는데 시장자동이관 이전에 코스닥내에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별도시장 설치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제도강화로 경영자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보다 주가부양에 나서는 역기능도 우려되는 게 현실입니다. 최근 몇년간 나스닥 퇴출기업수를 보면 경기순환과 밀접한 관계를 보입니다. 우리도 제도가 강화되면 경기에 민감한 기업들에 영향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임민수(인컴아이엔씨 사장)=기업입장에서도 부실기업의 퇴출은 시장신뢰성, 투자자보호를 위해 공감합니다. 하지만 투명성제고를 위해 현 제도는 수시공시 부문에서 2회 이상 불성실공시할 경우 제재를 가하고 있는데 단순히 횟수에 의한 제재방식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많은 코스닥기업들이 공시성실도를 최대화하기 위해 별도조직을 갖추고 있지만 작은 기업들이 주가관리와 기업가치제고를 동시에 추구해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 벤처기업이 증시에서 특례를 적용받고 있지만 퇴출제도는 그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기업이 퇴출조건에 적용되면 회생이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입니다. 벤처의 특성이 당장의 수익성보다 잠재 성장성에 있으므로 코스닥 벤처에 일반기업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조금 우려됩니다. 그리고 퇴출강화와 함께 3시장 활성화 등 퇴출기업을 위한 대체시장 마련도 선행돼야 합니다.
◇류해필(SK증권 상무)=기존 등록기업과 준비기업, 투자자, 시장의 입장에서 퇴출제도가 균형성을 가져야 합니다. 이번 개정안을 시행했을 경우 투자시장이 확대되고 코스닥에 우량기업만 남는가, 또 기업이 태동·성숙기를 넘어 기술·시설투자 등을 통한 도약을 시도할 때 퇴출제도가 장애요인이 될 가능성은 없는가, 그리고 나스닥과의 시스템 차이 등은 고려된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퇴출제도는 등록제도와 함께 검토돼야 합니다. 특히 등록시 가격결정제도인 수요예측제도의 재검토와 병행돼야 합니다. 또 개인투자자 위주의 시장에 기관·외국인 투자가를 유입할 수 있는 제도적 노력이 선행돼야 합니다. 이와 함께 기업투명성 확보를 위해 벤처지정, 회계관리시스템, 주간사의 역할과 책임 증대, 증권 관련 변호사 양성 등 인적·제도적 인프라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시장퇴출은 시장진입에 실패한 기업, 회계·주가조작 기업, 산업사이클 침체기와 맞물려 실력이 부족하거나 분사, M&A 기업 등엔 엄격하게 적용돼야 하지만 돌발적 시장변동이나 투자시장 미확보, 거래분산에 실패한 경우는 선별적 적용이 요구됩니다. 또 전액자본잠식 이전에 사전 경보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최소주가유지 요건은 현행 수요예측제도가 기업내재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으므로 문제의 소지가 큽니다. 거래량요건은 등록기업의 문제가 아닌 시장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단순히 2년간 3회 불성실공시할 경우 퇴출하는 방식보다 공시내용에 의한 세분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재진입요건은 주가·회계조작과 경미한 사항을 구분해 재진입기간을 달리해야 합니다.
◇이순배(소프트맥스 이사)=우선 기존제도로 현재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회사별 주가 차별화 등 시장의 힘이 발휘되는 시점이라 퇴출제도를 강화하는 적기인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저도 퇴출강화에 앞서 기업을 위한 대체시장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또 벤처기업들은 공시제도에 관련해 대기업처럼 합리적인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 실수가 발생하는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도 필요합니다. 나스닥은 1년에 500개 이상의 기업이 퇴출되는 것으로 나왔는데 이는 인수합병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 가능했다고 봅니다.
◇배재광=주간사와 위원회의 정확한 역할 분배가 이뤄져야 합니다. 미국증시의 근간은 공시이므로 우리도 공시에 따른 증시제도 운용이 이뤄져야 하고 기업들도 실수여부를 얘기하기 전에 공개기업답게 공시담당부서 설치, 전문가 연계 등이 필요합니다.
◇장범식=등록과 퇴출은 별개의 제도가 될 수 없습니다. 미국에선 공시의 실수는 곧 소송을 의미합니다. 불성실공시는 제도적 규제이전에 소송의 문제입니다. 현재 집단소송제 도입논의에서도 공시 부분은 빠져 있습니다. 유가증권 신고서는 변호사가 작성하고 미국의 최종감독기관에서 확인하는 만큼 불성실의 여지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고 소송발생시 주간사와 기업의 명성이 분쟁을 뒷받침할 정도죠.
벤처는 우리의 희망입니다. 벤처인증과 등록을 제한할 수는 없지만 퇴출에 관해서는 엄정해야 기관·외국인 투자자를 유인할 수 있습니다. 코스닥기업의 규모에 상관없이 이젠 코스닥이 거래소시장을 능가하는 시장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불성실공시 등 투명성 확보방안은 결코 실기해서는 안됩니다.
◇최원근=이번 개선안은 퇴출요건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공모가 결정제도의 문제점, 재등록요건의 차별화, 대체시장 활성화 등 논의에 공감합니다. 향후 제도는 원칙적으로 진입은 쉽고 등록유지요건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그리고 벤처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엄격한 재무요건 등은 공개기업으로서의 책임이며 그것이 이행돼야 미래시장의 건전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정리=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