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 생명과학과 오병하 교수(40)는 위암 원인균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Helicobacter pylori)을 퇴치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 연구 결과를 내놔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과학자다.
오 교수는 포항광가속기연구소의 강력한 엑스선을 이용해 여러 위장병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위장 내 생존기작에 이 병원균이 생산하는 유리에이즈 효소 단백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 위질환 원인균 퇴치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
헬리코박터는 사람의 위장에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미생물이며 위암을 포함한 위장 질환의 원인균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할 정도로 인간 질병의 위협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처럼 위험한 미생물임에도 불구하고 헬리코박터가 강산성인 위장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70년대 말 호주의 로빈 워렌 박사에 의해 처음 발견된 후 위장은 무균상태라고 믿고 있던 통념으로 인해 위장 내 생존 사실은 아주 조심스럽게 받아들여져왔다. 이후 ‘헬리코박터’라는 저널이 생길 정도로 수많은 연구가 이뤄지면서 이 미생물이 위암을 포함한 위장질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헬리코박터가 위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요소 분해효소인 유리에이즈를 많이 분비하고 유리에이즈가 요소를 분해할 때 발생한 암모니아가 강산성인 위액을 중화시키기 때문이라고만 알려졌을 뿐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오 교수는 헬리코박터가 분비하는 요소분해효소인 유리에이즈의 결정구조 분석을 통해 유리에이즈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12개씩 결합해 구형의 초분자 거대구조를 형성, 강한 내산성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또 헬리코박터 유리에이즈 결합체가 만들어낸 암모니아가 헬리코박터균 주위에 있는 강산성 위액을 중화하면서 일종의 보호막을 만들어 이 균이 위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오 교수의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과학잡지의 하나인 ‘네이처 스트럭처럴 바이올로지(Nature Structural Biology)’에 게재됐고 이 연구 결과에 대한 3쪽의 비평논문이 약사논문(History Piece)에 실리는 등 비중있게 다뤄졌다.
또 ‘케미컬&엔지니어링 뉴스(Chemical & Engineering News)’와 미국의 대표 신문인 ‘뉴욕타임스’에 ‘연구 결과의 파급효과가 지대한 연구’라고 소개돼 한국 과학 수준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
오 교수는 또 과학기술부가 지정하는 창의적 연구사업단인 생체분자인지연구단 단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생체분자인지연구단은 생체 내 분자간의 결합구조와 작용을 규명, 각종 질병의 원인 및 전이 등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연구단으로 인류의 질병 퇴치에 앞장서고 있다.
약력
△85년 서울대 식품공학과 졸업 △85년 서울대 식품공학 석사 △89년 미 위스콘신주립대 생물물리학 박사 △93∼94년 미 스미스클라인비첨사 선임연구원 △94년∼현재 포항공대 교수 △2000년∼현재 포항광가속기연구소 겸임연구원 △2000년∼현재 과기부 지정 창의적연구단 생체분자인지연구단장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정회원, 한국생물물리학회 정회원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