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야심작 `X박스` 출시]콘솔게임시장 ’빅뱅’

 마이크로소프트가 ‘X박스’의 데뷔식을 치른데 이어 일본 닌텐도가 히든 카드로 준비해온 ‘게임큐브’를 18일 미국에서 출시함에 따라 그동안 가상 시나리오에 머물렀던 세계 비디오 콘솔 시장의 대변혁이 현실로 다가 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연내 북미에서만 100만대를 판매하겠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해외 시장조사기관들은 소니의 PS2를 따라 잡지는 못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세계 콘솔 시장이 당분간 1강(PS2) 2약(X박스·게임큐브)의 3파전 양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지만 한국의 상황은 전혀 다를 것이란 관측이다. 그동안 이런 저런여건 때문에 한국에서 비디오 콘솔 게임시장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데다 전통적으로 미국 중심의 IT트렌드를 거부감 없이 수용해온 점을 감안하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X박스의 강세가 점쳐지고 있다. 더욱이 세가의 ‘게임큐브’에 대해 일반인들의 인지도가 매우 낮아 한국에서는 PS2와 X박스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2파전 양상을 띨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게임종합지원센터(소장 성제환)가 전국 258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비디오 콘솔 게임시장은 소니의 PS2와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어떤 게임기를 구매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60% 정도가 PS2라고 대답했다. X박스를 구매하겠다는 응답자도 10% 정도였지만 게임큐브의 구매를 희망하는 응답자는 극히 적었다.

 게임큐브 자체의 성능이나 가격, 소프트웨어의 다소 등과 같은 변수를 고려한 판단이라기 보다는 닌테도의 마케팅 부족으로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낮아 게임큐브가 아예 구매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결국 한국의 소비자들은 PS2나 X박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것이란 점은 명확하지만 과연 그 선택이 어느쪽으로 몰릴지는 섣부르게 예측을 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일본산 비디오 콘솔 게임의 SW 수입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PS2가 X박스에 비해 콘텐츠가 풍부하다는 것이 결정적인 장점이지만 정부가 일본산 비디오 콘솔 게임 SW의 수입을 허가하지 않는 이상 한국에서는 PS2나 X박스가 선보일 게임타이틀의 수는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둘 중에 어느쪽이 한국의 비디오 콘솔 시장의 강자 자리를 차지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지만 내년 하반기 이후 비디오 콘솔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동안 소니를 비롯한 일본 업체들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한국에서 비디오 콘솔 게임 시장은 그레이마켓을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 하지만 적어도 내년 여름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에서 X 박스를 출시할 예정이고 보면 소니 역시 어떤 형태로든지 한국 진출을 시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지원센터는 내년 비디오 게임시장 규모가 375억원에 이르고 2003년에는 563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관련업계의 전망치는 이보다 훨씬 크다. PS2와 X박스가 국내에서 판매된다는 점을 가정하면 내년 하드웨어 5000억원, 타이틀 2500억원 등 7500억원의 거대 시장이 일시에 생겨날 전망이다.

 디지털드림스튜디오의 김경철 이사는 “내년에 PS2와 X박스가 국내에서 시판되면 최소한 100만대가 판매되고 게임타이틑은 그것의 5배에 해당하는 500만개 정도가 팔려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국내에서는 게임 산업의 범주에 끼지 못했던 비디오 콘솔 게임시장이 단번에 아케이드 게임을 능가하는 최대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들어 DVD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 DVD 기능이 내장된 콘솔 게임기가 일반 DVD 플레이어와 동일한 가격대로 판매된다면 소비자들의 수요가 콘솔 게임기로 기울 것으로 예상된다.



비디오 콘솔 게임시장 전망

구분 세계(억달러) 한국(억원)

2000년 138 125

2001년 156 250

2002년 185 375

2003년 245 563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