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ing Up]보험사기적발시스템

 ‘장애인 판정을 받아 보험금을 수억원 탔는데 어느날 보니 정상인처럼 걸어다니더라. 자동차 사고로 실제 견적은 500만원이 나왔지만 800만원인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탔다더라.’

 보험사기란 말 그대로 보험금을 타기 위해 생명·손해보험사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 영화소재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메뉴 정도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는 해마다 급증해 작년 한해만 472건, 314억원에 이르는 사기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밝혀지지 않은 보험사기까지 포함할 경우 1조원을 훨씬 상회할 전망이다. 더구나 최근 들어서는 보험설계사·경찰·의사까지 연계된 대규모 공모형 보험사기로까지 확대되는 등 치밀성이나 규모면에서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보험사기적발시스템이란=보험사기적발시스템이란 이같은 보험사기를 시스템적인 방법으로 찾아내는 소프트웨어(SW)를 말한다. 이제까지는 전직 경찰(전문가 집단)로 구성된 SIU(Special Investigation Unit)에서 일종의 직감으로 보험사기를 적발했다면 이를 보다 과학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 보험사기적발시스템의 기본 개념이다.

 대량의 데이터에 함축된 일련의 정보나 패턴을 찾아내는 데이터마이닝 기술이 핵심인 보험사기적발시스템은 크게 조기경보시스템과 사기적발시스템으로 구분된다. 조기경보시스템은 보험금 요구시 가입자정보·사고정보·청구정보·조사정보를 점수화해 일정 점수 이상자인 경우에는 지급을 보류한다. 조사에 들어가기 전 시행된다는 점에서 조사원의 업무경감 및 업무효율을 높여준다.

 이에 비해 사기적발시스템은 가입자정보·사고정보간의 모든 관계를 시각화해 관계를 쉽게 분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데이터마이닝의 연관분석(linking analysis) 알고리듬과 시각화 기법이 핵심이다. 미국 넷맵 어낼리틱스사가 미국 사기적발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도입 효과는=보험사기의 정확한 규모는 알려져있지 않지만 지출 보험금의 3∼15%가 보험사기에 의한 보험금 누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모보험사 자료에 따르면 확인된 보험사기 규모는 33억원이지만 실제로는 274억∼581억원이 사기로 인해 누수된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사기적발시스템을 적용해 사기적발률을 25%로 높일 경우 44억∼220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보험사기에 따른 누수금은 고스란히 고객의 몫으로 돌아간다. 보험지급이 과다하게 많아질 경우 보험상품 금액을 올리는 대신 수익은 낮추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씨마이너 방명하 사기적발(FD) 사업부 사장은 “사기적발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회사 이익과 고객 만족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며 “보험사기를 포함한 비정상적인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 제고의 핵심이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행 문제점은=외국에서는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여 이제는 10개 금융기관 중 9개사가 시스템을 도입했을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 이에 비해 국내는 초보 수준이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올 연말까지 파일럿 형태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이는 이제까지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외형성장에 초점을 둔데다 사기적발에 열의를 보이는 경우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또 보험사간의 경쟁심리로 사기적발과 관련한 데이터 공유가 미비하고 유관기관이나 이해당사자간 업무협조가 미약한 것도 국내에서 사기적발시스템이 널리 확산되지 못한 중요한 이유들이다.

 그러나 최근 재경부·보험감독원·금융감독원 등이 인식 확산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어 국내 보험 및 금융기관에까지 확대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