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com)시대가 가고 닷넷(.net) 시대가 온다.’
지금까지 인터넷을 주도했던 닷컴이 퇴조하는 대신 닷넷이 인터넷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된 추계 컴덱스는 이 같은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닷넷은 장비·시간·장소에 관계없이 마치 공기를 호흡하듯 자연스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와 시스템을 말한다. 닷컴이 각기 다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접속하는 단순한 웹페이지 수준이라면 닷넷은 모든 단말기와 시스템이 하나로 연동돼 움직이는 사이버세상으로 가는 게이트웨이다. PDA·정보가전 등 다양한 인터넷 단말기가 출현하고 각기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할 수 있는 통합플랫폼은 닷넷시대가 이미 성큼 우리 앞에 왔음을 보여주었다.
매년 컴덱스에서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MS는 올해 윈도XP와 닷넷이라는 두 축으로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HP 역시 닷넷과 관련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급부상하는 닷넷의 위력은 무선인터넷에서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컴덱스에서도 여지없이 무선인터넷을 활용한 ‘e모빌리티’서비스와 솔루션이 봇물을 이뤘다. e모빌리티관에는 100여개 업체가 부스를 마련해 성황을 이뤘다. NTT도코모를 비롯해 오픈웨이브·스프린트·웹이브컴 등 모바일분야의 내로라하는 강자들은 모바일인터넷의 신기술을 보여주기에 분주했다. 이는 e모빌리티가 이미 생활의 편리한 도구 수준을 넘어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하고 비용절감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닷넷의 인프라격인 e모빌리티 관련 신기술과 제품은 앞으로 IMT2000서비스와 맞물려 IT분야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나갈 전망이다.
정보보안분야에서는 지문이나 홍채·얼굴·음성 등 다양한 신체적 특징을 이용한 생체보안기술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단순한 신분 확인뿐 아니라 전자상거래나 인터넷접속이 가능한 시스템까지 출현해 앞으로 생체인식보안기술이 비밀번호에 기반한 기존 보안시스템을 급속하게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네트워크 등을 하나로 묶어 단순한 솔루션 판매가 아닌 서비스 개념의 ASP가 대거 출품돼 최근 IT분야에서 관심이 높은 ASP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게 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제품 동향
이번 컴덱스에서는 모바일인터넷, 전자상거래와 생체보안 출품작이 두드러졌다.
먼저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정보가전제품 개발 붐과 맞물려 단말기나 플랫폼에 관계없이 웹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 대거 선보였다. 기업용 비즈니스 솔루션으로는 지난해에 이어 공급망관리(SCM)·고객관계관리(CRM)·애플리케이션서비스제공(ASP) 솔루션이 인기를 끌었다. 웹과 관련해서는 120여개 업체가 웹솔루션·IT서비스·e모빌리티 세 분야로 나눠 신제품을 선보였다.
웹솔루션 중에서는 ACD시스템스의 웹셰어링 기술, e매니징솔루션스의 m커머스, 오즈인터내셔널그룹의 웹리포팅 기술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국내에서는 삼성SDS가 중소규모 기업을 겨냥한 웹관리 솔루션을 출품하고 치열한 제품경쟁을 벌였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네트워크 세 분야를 통합한 ASP서비스 관련해서는 BMC소프트웨어·노텔 등이 개발시간의 비용을 크게 줄이면서도 정보처리속도가 뛰어난 솔루션을 출품했다.
모바일인터넷 중에서는 무선컴퓨팅시대를 반영하듯 데이터를 무선인터넷으로 보내거나 무선으로 인트라넷에 접근해 업무를 보는 제품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내년 인터넷분야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모바일인터넷 단말기와 솔루션 열풍이 밀어닥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 테러사건으로 관심이 높은 생체인식 보안제품은 크게 두 가지 출품경향을 보였다. 지문인식시스템 등 생체보안 기능을 처리하는 하드웨어, 이들 제품이 만들어낸 정보를 인터넷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 제품군이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지문·홍채·얼굴·음성인식시스템 등 다양한 제품이 출품된 가운데 지문인식제품이 전체 제품군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하드웨어 제품 중에서는 지멘스·시큐젠·바벨테크놀로지·핑거프린트카드 등이 출품한 제품이 눈길을 끌었으며, 소프트웨어 중에서는 정소프트·퍼스트4인터넷·소프트와이즈·엑세스가 신제품을 선보였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