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영>글로벌 파일(33)되살아나는 미국경제

 9·11 테러참사 이후 미국 언론은 미 경제가 침체의 위기에 혹은 이미 침체기를 겪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해 왔다. 세계에서 가장 큰 상거래 공간의 붕괴, 미 교통시스템 대부분의 일시적 마비 그리고 소비자와 기업간 신뢰의 추락이 실물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힌 상황에서 그런 소동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상황은 대중이 믿고 있는 것 만큼 심각하지는 않다. 대부분의 낙관적인 전문가들이 미국의 경제 회복을 내년으로 확언하고 있지만 지표들을 자세히 뜯어보면 소위 ‘경기침체’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 경제는 이미 3분기에 회복세에 들어섰으며 2002년에는 강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다.

 미국의 GDP는 올 3분기에 0.4%만 감소했는데 이같은 수치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는 훨씬 적은 감소세를 기록한 것이다. 테러 공격의 와중이었다는 점과 관련 GDP의 통계들을 고려하면 미국 경제가 테러가 있기 전에 이미 강력한 회복세에 들어 서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최근 경제 발표에서 간과되었던 중요한 점들을 재조명하고 있다. 그것은 미국이 경기 순환에서 저점을 기록하고 있을 때 테러를 당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기술거품의 붕괴로부터 교훈을 얻은 상태였다. 그 내용이 불확실한 사업은 이미 파산했으며 불건전한 사업계획들은 도태되었다.

 미국이 불안정한 기술기업과 닷컴기업에 경제기반을 집중하고 있었던 1년전에 테러가 발생했다면 아마 더 큰 경제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테러사건은 흔히 말하는 기업의 살빼기, 즉 구조조정이 이뤄진 후였다. 이것은 예상보다 더 급속한 경기회복이 진행될 것을 의미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올들어 10차례에 걸쳐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금리인하가 한차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조치는 2.8%의 인플레이션에 2%의 실질금리로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를 만들었다. 연준리의 부양책은 670억달러에서 750억달러 정도의 규모로 의회에서 승인절차를 밟고 있다. 연방의 긴급 부양수단은 총 100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다.

 미국민 개인의 수입 또한 안정적이다. 달러는 유로화와 엔화에 대비해 테러전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달러화의 회복은 미국인의 구매력을 유지시키고 있다. 또한 다우존스, 나스닥과 S&P500지수 모두 테러 이전수준으로 회복되면서 개인 자산의 가치하락에 대한 두려움을 잠식시켰다.

 실업률은 무섭게 치솟았지만 예상했던 수준 만큼은 분명히 아니다. 미국의 실업은 4년 동안의 최고인 5.4%를 기록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제학자들이 과거 40년 동안 당연한 수준으로 느꼈던 6% 선보다는 아래에 있다. 또한 실업률은 경기의 후행지표지, 선행지표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다양한 민간과 정부차원의 부양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다. 10월 소매 판매는 치솟아 7.1%를 기록했고 이는 경제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보이는 현상은 결코 아니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 총액은 3분기동안 1.2% 상승했고 재정지출은 같은 기간 1.8% 상승했다.

 저리 차입과 경기 부양책에 따른 소비자 수요의 증가는 미국 경제의 여러 분야에, 심지어 제조업에 까지도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기업은 2분기 380억달러, 3분기에는 500억달러를 줄이는 등 8개월에 걸쳐 재고를 감소시켜 왔다.

 높은 수요량에 맞추려는 도소매업자와 제조업자들에게 크리스마스는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낮은 재고율은 앞으로 만들어야 할 제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제조업 부문의 회복을 돕게 될 것이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이 안고 있을 수 있는 위험이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직 위험하지 않다.

 미국의 생산량은 3분기 2.7% 상승했으며 사업투자의 감소에 대한 두려움을 약화시켰다. 9월의 인플레이션율은 작년보다 불과 2.8% 정도만이 상승했다. 외국상품의 수입 증가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가격이 낮게 유지돼야만 한다. 국제에너지기구는 개발도상국들의 석유 소비량이 연말까지 하루평균 130만배럴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심지어 OPEC가 뜻대로 감산을 한다고 해도 감소되는 수요량과 산유국간 감산 약속의 불이행은 초과공급을 유지시킬 것이다.

 미국의 높은 생산성과 해외의 풍부한 재고 그리고 풍부한 에너지 공급은 모두 미국의 인플레를 억제하면서도 미국 경제를 회복시킬 것이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