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솔빛미디어 문우춘 사장

 “시베리아의 숲을 보셨습니까? 보통 시베리아 하면 백설로 덮힌 동토로만 떠올릴지 몰라도 그건 잘못된 상상입니다. 시베리아의 숲은 광활하고 황홀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군데군데 자리잡은 숲의 군락 중 한개 군락이 직경 500㎞를 넘기도 합니다. 가히 장관이라 할 수 있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이라고 자신합니다.”

 방과후 컴퓨터교실을 운영하는 솔빛미디어 문우춘(40) 사장. 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대뜸 러시아 숲을 얘기했다. 주제와는 사뭇 빗나간 듯한 그의 얘기 첫머리는 오랜 외국생활 경험에서 나온 사업관이라는 것을 차츰 알게 됐다. 외국생활을 오래했다는 것은 사업에 다소 도움이 될지언정 결정적인 요소가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러나 그에게는 해외생활 경험이 현재 사업의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그는 10년여 넘게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는 역마살(?)을 타고 났다. 그 덕에 많은 것을 보고 배워 지금의 사업을 운영하게 됐다. 그가 지금의 사업에 다문물(多文物)을 접속시키려는 것은 정보화 교육이라는 특별한 아이템 때문이다. ‘시베리아의 숲’을 본 사람은 결코 많지 않다. 장엄한 경관을 아무리 말로 설명하거나 사진으로 보여준다 해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 실감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그는 정보화 교육을 택했다. 인터넷과 같은 정보화만이 가장 생생한 간접체험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문물을 먼저 체험할 수 있고 각국의 언어를 안방에서 배울 수 있는 신문명이기 때문이다.

 ▲경영자에겐 실적만이 살길이다.

 그렇다고 그가 문물의 전도사(?)로 자아도취에 함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은 무엇보다 실적이기 때문이다. 솔빛미디어가 운영하는 방과후 컴퓨터교실은 이번달에 운영 학교수가 300개를 돌파했다. 국내에서는 보기드문 기록이다.

 경쟁업체인 코네스가 올초 경영상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실상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다. 경쟁자 없는 달리기지만 그래도 3분기 영업실적도 시장 평균을 훌쩍 넘는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149억68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7억52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4.7% 증가했으며 마이너스가 넘쳐 흐르는 코스닥시장내 영업이익률 면에서는 5%로 탄탄한 영업력을 과시하고 있다.

 98년 설립이후 연평균 80%의 매출성장률로 올해는 2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이 가능할 것이란 그의 얘기다. “미래 IT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초등학생들에 대한 정보화 교육은 필수적입니다. 또 글로벌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으로도 정보화 교육은 당연한 것입니다. 매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은 국민들의 정보화에 대한 열망이라고 해석됩니다. 올해는 열망을 보다 구체적으로 현실화하고 사업도 불을 지필 수 있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문 사장의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온라인교육사이트인 에듀랜드(http://www.eduland.com), 유아 영어교육 사이트인 알피랜드(http://www.alfyland.com)도 운영하고 있다. 모두 유료사이트로 ‘닷컴 수익부재’를 무색케 하며 가입자를 크게 늘려나가고 있다.

 ▲죽기로 하면 산다 -‘나는 용병사장’

 솔빛미디어에서 그는 월급쟁이 사장이다. 자본금 70억원, 연매출이 200억원에 육박하지만 그는 대주주가 아니다. 흔히 말하는 월급쟁이 사장이다. 코스닥 등록기업의 대표가 대부분 대주주이거나 회사지분의 5% 이상을 갖고 있는 특수관계인 것과 달리 문 사장은 2.7%의 지분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월급쟁이 사장이 아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을 가리켜 ‘용병 사장’이라 부른다. 전문경영인이란 도식화된 표현도 있지만 그는 한사코 거부한다. ‘용병’이 갖는 의미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용병은 돈과 명예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직업군인이다. 사력을 다하지 않으면 죽음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죽지 않기 위해 싸우기 때문에 결코 전투에서 지는 법이 없다. 그가 용병사장이라는 말을 좋아는 것도 죽기를 각오하고 사업에 임하기 때문이다. 필사즉생(必死卽生). 스스로 자신에게 사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체면을 거는 것이다.

 또 하나 떠나야 할 때 떠날 수 있는 가벼움 때문이다. 몸도 마음도 새털처럼 가벼워야 사업에 전념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그는 “그동안 여러 회사를 거치면서 부도직전의 회사를 맡아본 적도 있고 미국과 한국을 매주 드나드는 강행군을 한 적도 있다”며 “새로운 길이 있으면 주저없이 ‘훌훌’ 털고 나서는 것이 용병사장의 길”이라고 농 섞인 신념을 털어 놨다.

 “솔빛미디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때까지가 나의 임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반석위에 올려 놓는 것이 일차적 목표죠. 그후 새로운 환경에 대처하는 순발력을 발휘해 나를 부르는 곳 어디든 달려 가겠습니다. 넉넉한 점수로 상대팀을 따돌린 선발투수가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삼보컴퓨터 등을 거쳐 이번 솔빛미디어까지 3개의 국내외 법인에서 ‘용병사장’으로 일해온 그의 지론이다.

 ▲진지함의 미덕이 빛난다.

 문 사장을 처음 만난 사람은 흠칫 놀란다. 느닷없이 카메라를 들이대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겸연쩍은 듯 털어 놓는 한마디.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해서….” 사실 그러기야 하겠냐 만은 한번 안면을 튼 사람에 대해 최선을 다한다는 그의 진지함이 새삼 엿보이는 대목이다. 비단 사람뿐만이 아니다.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매년 큰 폭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회사의 주가가 자산가치의 절반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서운한 일이지만 너무 과포장된 주가로 부담을 안기기보다는 투자자들에게 알짜기업으로 보여지는 것을 원한다”는 그에게서 사업을 대하는 그의 진지함이 더욱 빛을 발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학력 및 경력>

 △60년 7월 9일생 △82년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84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전기공학과 수료 △83년 금성사 과장 △88년 마이크로소프트 부장 △91년 미 RDI사 대표이사 △98년 (주)솔빛 대표이사 △98년 솔빛미디어 대표이사

 <상훈>

 △96년 ‘글터베이직1.1’로 장영실상 수상 △98년 교정행정·교화사업으로 법무부 장관 표창 △98년 ‘이것이 미국영어다’로 우수 CD롬 타이틀상(한국CD롬유통협회) △98년 ‘글터베이직1.1’로 멀티미디어 창작부문 대상(정통부)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