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컴퍼니> 한국 IT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2인

 해외여행을 잠깐이라도 해온 적이 있다면 낯설고 물설다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기만 한 경험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몸에 맞지 않은 옷처럼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머리를 식히는 단기간의 여행도 그럴진대 일을 위해 장기간 자신의 생활을 외지에 던져두는 경우라면 그 고적감과 불편함을 능히 짐작할 만하다.

 이같은 어려움을 뒤로 하고 한국 IT업계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는 외국인들이 있다. 스콥정보통신의 필리핀 개발자 하이메 알바레즈 주니어(40)와 한국후지쯔의 일본인 마케터 가와시마 미치루(24). 이 두 사람은 각각 올해 3월과 6월에 입사, 수개월을 한국사람과 보내고 한국음식을 먹고, 한국문화에 융화되면서 살아온 대표적인 IT맨들이다. 인도 등 해외인력 채용에 관심이 많은 요즘에도 해외인력이 그다지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길다면 긴 시간을 한국인과 함께 보내고 있는 이들의 존재는 여전히 소중하고 또 의미가 있다.

 한국후지쯔에서 마케팅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가와시마 미치루씨는 외국계 회사에 일반 사원모집으로 응시, 채용된 다소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해외인력 채용이 아주 없지 않은 외국계 회사일지라도 외국인을 위한 특별전형이 아닌 일반 사원모집을 통해 입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녀가 한국후지쯔를 지원한 계기는 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 지난 99년 한국어 공부를 위해 들어와 일본어 강사생활을 하던 가와시마씨는 지난해 때마침 한국후지쯔 홈페이지에서 채용공고를 접하고 응시를 하게 됐다. 일본 후지쯔 본사에 문의해 관련 정보를 얻은 것은 물론이다. 일본에서 대학(오사카대학 국제문화학과)을 다니면서 한국어 공부를 많이 했고 당시 한국에서 생활한 지도 1년이 지나 한국어가 많이 늘어 어렵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이후 한국인 지원자들과 함께 서류 전형, 면접 등의 과정을 거친 후 4명의 동기들과 함께 한국후지쯔에 입사하게 된 것이다.

 가와시마씨는 현재 마케팅부에서 유닉스서버 마케팅을 맡고 있다. 수습딱지를 떼는 이번 달은 감회가 남다르다. “처음에는 환경도 많이 다르고 IT라는 분야도 낯설어 어려웠다”는 그녀는 “동료 직원들은 물론 일본에서 파견나온 일본인 임원들도 많이 도와줘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며 직장생활에 만족해 했다. 한국의 독특한 회식문화까지도 좋아하게 됐다. 그러나 사람들이 약속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것과 술취한 남성들이 짓궂은 행동을 하는 것에는 불만이다. 늦은 저녁시간 귀가하다 만나는 남성 취객은 더욱 질색이다.

 그럼에도 가와시마씨는 “사람들이 친절해서 한국생활이 좋다”며 “앞으로 직장 동료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신입사원다운 당찬 포부를 밝혔다.

 회사에서 짐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하이메 알바레즈 주니어는 네트워크 관리 솔루션 업체인 스콥정보통신에서 개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직도 총각인 짐은 14년간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여러 회사들과 일을 해온 ‘국제적인 직업인’이다. C++ 프로그래밍 전문가며 작은 프로젝트에서부터 초대형 규모까지 경험해 보지 않은 프로젝트가 없을 정도다.

 짐이 스콥이라는 한국의 벤처기업에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은 보수 이외에도 인터넷과 네트워크에서 전문성을 높여보겠다는 생각 때문. 다른 나라 사람들과 일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거부감이나 문제는 전혀 없었다. 스콥에서 일을 해본 경험도 마찬가지. 아주 만족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 도착한 직후부터 동료를 포함한 한국인들의 친절함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또 한국인이 필리핀사람보다 일하는 데 있어서 더 정열적이며 프로다운 기질이 있다고. 한국의 경제성장 원인이 사회 전체뿐만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경제단위인 사무 근로자들의 역량과 화합의 힘에 있다는 전문가다운 견해도 피력했다.

 한국의 기술 수준에 대해서는 상당히 높다는 것이 짐의 생각이지만 영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의사소통에서 차질이 생기는 면이 있는 것 같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짐은 필리핀의 이상과 문화에 발딛고 있지만 한국에 살고 있는 이상 보다 많은 한국사람을 만나고 스콥정보통신이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