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술을 전수해 국산화한 인버터·PLC 등 자동화기기류가 최근 기술 종주국 일본으로 역수출돼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자동화기기 대표주자인 LG산전(대표 김정만)은 일본 최대 자동화기기 유통업체인 유덴과 대리점 계약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일본 자동화기기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LG산전은 시장 탐색 차원에서 올해말까지 수백여대의 PLC와 인버터를 유덴의 전국 대리점망에 공급하고 내년부터는 대대적인 판매 켐페인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LG산전은 자사 고유브랜드만을 고집키로 해 미쓰비시·옴론·후지·야스가와·도시바 등 일본 자동화기기업체가 수십년 동안 철옹성을 구축해온 일본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그동안 철저하게 자국산 우선 구매 정책을 고수, 독일·미국 등 경쟁국의 자동화기기는 물론 가격이 일산보다 저렴한 한국산 자동화기기는 거뜰떠 보지도 않은 게 사실이다. 이같은 ‘자국산 우선 구매 전략’에 말려 세계 자동화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독일 지멘스·스웨덴 ABB 등도 일본 자동화시장에는 발도 들여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
우리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한수 위로 평가받고 있는 유럽 업체들도 뚫지 못해 난공불락으로 여겨져온 일본 시장 공략과 관련, 김영철 LG산전 마케팅 팀장은 “일본에서 기술을 배워온 덕택에 일본 자동화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제품을 엄선할 수 있는 안목이 LG산전에는 있다”면서 “특히 최근 극심한 불황으로 한 푼의 설비투자비라도 아끼려는 일본 대형 제조업체의 경영환경이 국산 자동화기기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마련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엄청난 자동화 투자에 부담을 느낀 일본 대형 제조업체들은 최근들어 고가의 일본산 자동화기기보다는 가격이 저렴하면서 ‘일본향’으로 설계된 한국산 자동화기기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일부 업체는 이미 내년도 신규 자동화 투자 계획에 한국산 자동화기기를 채택하도록 투자계획안에 반영해 놓고 있다는 게 LG산전측의 설명이다.
LG산전이 전략 시장으로 꼽고 공을 들이고 있는 일본 인버터·PLC 시장규모는 올해 1700억엔 정도. 올해 국내 인버터·PLC 시장규모가 올해 2000억원 남짓한 것에 비교해 볼 때 일본 시장은 우리의 딱 10배 규모다.
LG산전은 내년에 이 방대한 일본 시장의 10% 정도를 차지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액수로 환산하면 2000억원 정도. 국내 전체 인버터·PLC 시장과 맞먹는 규모다.
김형철 팀장은 “일본 미쓰비시와는 이제 기술도입 옵션(일본 시장은 공략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끝났고 후지와의 관계도 2003년 3월이면 종료돼 일본 시장 공략의 장애요인이 모두 제거된다”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 자동화기기가 일본 자동화기기 시장을 누빌 날도 멀지 않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