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짜는 PP시장](16/끝)에필로그

 프로그램공급업자(PP) 업계는 지금 기회와 동시에 위기를 맞고 있다.

 PP등록제와 위성방송의 등장으로 많은 PP들이 생겨났고 두개 이상의 PP를 거느린 복수PP(MPP)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겉으로 보기에 PP 업계는 최대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속으로는 많은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와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현재 PP 업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갑자기 달라진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서만 100개가 넘는 신규 PP가 등장했고 이들 신규 PP와 기존 PP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신규 PP 가운데 위성방송에만 콘텐츠를 제공하는 PP들이 별도의 협의회를 구성키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또 올해부터 케이블TV방송국과의 프로그램 공급계약이 단체계약에서 개별계약으로 바뀌면서 견고했던 PP들의 단결력도 힘이 빠지고 있다.

 이같은 변화로 인해 기존 PP협의회의 위상이 크게 흔들이고 있다. 최근 PP협의회 소속 PP들은 성남지역 SO인 아름방송이 수개월간 프로그램 사용료를 체납하고 있다며 ‘방송 송출 중단’을 결의했다. 그러나 이를 시행에 옮긴 PP는 10여개에 불과했다. 처음에 40여개 PP가 방송 중단을 결의했으나 20여개사가 입장을 바꿔 아름방송 편에 섰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이익을 위해서는 개별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PP의 달라진 입장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이로인해 PP협의회의 위상은 크게 실추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따라 PP협의회가 신규 PP를 흡수하고 강한 파워를 갖기 위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 100개가 넘는 신규 PP가 등장했지만 정작 사업역량과 충분한 자금을 갖춘 PP가 많지 않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규 PP 중 위성방송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업체들 중 사업을 포기하는 PP가 속출하고 있는가하면 기존 PP 중에서도 심각한 경영난에 허덕이는 업체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신규 PP 중 한곳이 SO에 프로그램을 무료로 공급하겠다고 공식 선언, 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전환 SO들이 가입자 확보를 위해 묶음(티어링)채널 가격으로 40여개 프로그램을 공급하면서 PP에 사용료를 주지 않고 있어 PP들의 제값받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때에는 힘있는 PP만이 살아남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렇게 될 경우 복수PP나 지상파 계열사, 돈 많은 PP 등만이 살아남고 나머지 업체들은 시장에서 사라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예상할 수 있다.

 결국 다양한 장르의 등장을 기대했던 PP등록제가 유명무실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2∼3년이 PP에는 가장 혹독한 시련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에서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인력과 프로그램 제작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계속해야 할 것이며 경쟁에서 밀릴 때는 여지없이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혹독한 시련을 거쳐야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PP들이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