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2년전부터 컴팩 노렸다"

 ‘2년전부터 컴팩을 노렸다.’

 지난 9월초 컴팩컴퓨터와의 합병을 전격 선언함으로써 세계 IT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휴렛패커드(HP)가 이미 2년전인 지난 99년초부터 컴팩 인수를 고려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HP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최근 제출한 120쪽 분량의 합병계획서에서 알려졌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전했다.

 HP가 제출한 합병계획서에 따르면 지난 99년 들어 시장경쟁이 격화되자 HP는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필요 했고, 그 일환으로 컴팩을 비롯한 몇몇 업체의 인수를 검토했다. 이 안은 리처드 헥본, 조지 키워스 등 당시 HP 경영진들의 지지를 받았는데 리처드 헥본은 HP의 레이저젯 프린터 사업을 일군 주인공으로 당시 부사장이었다. 그리고 키워스는 현재 미국의 유명한 공공정책연구기관 중 하나인 진보·자유재단의 회장으로 있다.

 이런 가운데 피오리나가 99년 7월말 HP의 새 최고경영자(CEO)에 임명됐고, 피오리나는 올 6월 카펠라스 컴팩 최고경영자에게 HP의 유닉스 운용체계를 컴팩이 라이선스할 의향이 있는지 타진함으로써 첫 접촉을 가졌다. 이 접촉 며칠후 카펠라스는 피오리나에게 양사 합병을 공식 제안했고 피오리나는 6월 24일 HP 이사회에 컴팩과의 합병 논의 사실을 처음 보고해 지지를 받았다. 이날 이후 피오리나와 카펠라스는 여름 내내 정기적으로 만나 합병을 구체적으로 숙의했으며 이 과정에서 양사의 다른 경영자들과 투자은행가, 그리고 법률가 들도 동참했는데 특히 매킨지&컴퍼니가 HP의 자문 역할을 맡으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사 합병 논의는 8월 5일 들어 컴팩 이사회가 HP와의 합병 논의를 더이상 하지 않기로 결정함으로써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이후 컴팩 이사회가 다시 마음을 고쳐 먹고 합병 협상에 임했고 결국 지난 9월 3일 양사 이사회는 합병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한편 양사 임원들은 합병이 성사될 경우 총 5500만달러에 달하는 보너스를 받게 될 것으로 계획서에서 나타났는데 피오리나와 카펠라스는 본인들이 각각 받기로 한 800만달러(혹은 연봉의 두배)와 1440만달러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외신은 덧붙였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