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 코리아>(16)사이버 교육의 나아갈 길

 사이버교육이 인터넷 비즈니스의 각광받는 수익모델로 등장했다.

 교육용 솔루션 및 콘텐츠 제작업체는 물론 교육 서비스 전문업체가 급증하고 이들이 선보이는 신제품과 콘텐츠 또한 다양해지는 등 사이버교육 산업은 급속한 발전과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언제 어디서나 남녀노소 불문하고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교육기회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것도 이런 사이버교육 덕택이다. 밀폐된 공간과 정해진 시간이 아니어도 최첨단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누구나 교육받을 수 있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이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사이버교육은 적은 비용과 노력을 들이고도 보다 나은 교육효과로 인해 기존 교육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변화시키고 있어 미래에 대한 전망 또한 대단히 밝다.

 하지만 사이버교육의 확산과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 콘텐츠의 수준을 높이고 다양화하는 게 선결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콘텐츠는 기본적 교육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지침 역할을 하는 사이버교육 산업의 핵심이다. 과거에는 외국에 유학하지 않는 한 현지에서 진행되는 연구내용이나 강의내용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인터넷의 보급으로 세계 어느 곳에서 어떤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가는 물론 개략적인 내용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이런 정보화 시대에는 교수나 강사의 일방적 강의만이 교육내용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인터넷 등에서 공개된 수많은 정보를 스스로 정리하고 다양한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학습할 수 있는 상황을 체험하고 있다. 이렇게 변화된 교육환경에서 우리 사이버교육 산업이 한층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콘텐츠는 과연 어떤 것일까.

 전문업체는 물론이고 정부와 기업, 대학 등이 교육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개발에 주력한다면 분명 외국의 경쟁력있는 대학이나 교육기관 못지 않은 훌륭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한 미래 교육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많은 사이버교육업체들의 콘텐츠 개발 동향을 살펴보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독자적인 콘텐츠를 개발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보다는 외국의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일방적으로 들여오기 때문이다.

 선진 외국의 사례와 내용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교육현실과 방식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개인은 물론 기업, 공공기관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이버교육에 나서고 있고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교육 콘텐츠의 질적 수준과 절대적 수량 부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는 점도 사이버교육 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교육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식의 다양화도 사이버교육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 가운데 하나다.

 ‘사이버교육=전자칠판’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한동안 사이버교육 콘텐츠는 전자칠판을 기반으로 제작된 콘텐츠뿐이었다.

 뒤를 이어 오프라인 학교 및 학원의 수업방식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오프라인 강의실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동영상 강의가 교육 콘텐츠의 주류로 등장, 전자칠판을 대체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플래시애니메이션과 TTS(Text To Speech) 기반의 콘텐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소비자가 요구한다는 현실적인 문제에서 비롯됐지만 실제로 콘텐츠 제작자들의 새로운 방식에 대한 연구와 실천이 부족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결국 사이버교육 산업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파악해 업계 스스로 독자적이고 수준높은 교육 콘텐츠 개발에 나서야 할 시점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사이버교육은 이제 막 태동기에 접어든 만큼 아직 표준화에 대

한 논의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우리 스스로 새로운 교육 시스템과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표준화하려고 노력할 때 우리의 표준을 국제표준이 되도록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이버교육 시대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사이버교육 전문업체와 대학, 정부 등이 미래교육을 책임지는 사명감을 가지고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때다.

 단순히 눈 앞의 이익보다는 수십년 후의 우리 자녀와 후손이 어떤 교육을 받아야 할 것인가를 고려한다면 글로벌 경쟁시대에 우리 사이버교육 업계가 나아갈 바를 짐작하는 일이 어렵지만은 않다.

 최근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경쟁력 제고와 상호 협력을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의 다양한 노력은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사이버교육에 대한 다양한 수요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높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축적한 수준높은 기술과 노하우 등을 활용하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는 곧 우리 사이버교육 산업이 한단계 도약하기 위한 충분한 기초를 갖추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종욱 디유넷 사장은 “수준높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업계의 산업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된다면 사이버교육 산업의 한단계 성숙과 교육 콘텐츠의 수준을 높이는 일이 그리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기고

올해 3월 9개 사이버대학이 개교한 데 이어 6개 대학이 내년 개교를 앞두고 있다. 현재 사이버대학은 제도적으로 정착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대학을 운영하기 때문에 좋은 강좌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라는 사회적 압력과 비용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내부적 필요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할 입장에 놓여있다. 정부는 평생교육 차원에서 사이버대학의 성공적 정착을 통해 고등교육에의 접근성을 확대시키고자 초기 정책을 보완하고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있으나 전문 인력 및 경험 부족, 사회 제 분야에서의 상충된 압력 등으로 만족스러운 수준의 일관된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사이버대학과 정책당국에 몇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우선 사이버대학은 교육의 질을 염두에 두고 입학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 사이버대학은 지나친 개방정책을 택하고 있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중시되는 사이버교육은 오랫동안 학교를 떠나 있던 성인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방식이다. 사이버대학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일정 수준의 학습능력에 대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지원자를 모두 받아들인다면 학생들이 성공적으로 강좌를 마칠 수 있도록 양질의 학습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만약 지속적이고 개별적인 학습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면 학습자의 입학기준을 높여서 사이버강좌 수행능력이 있는 학생들을 선별적으로 입학시켜야 한다.

 둘째, 사이버대학의 수업료 정책이 다변화되어야 한다. 사이버강좌의 수업료는 일반 면대면 강좌보다 저렴해야 한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다. 사이버 강좌가 제대로 개발되고 개별화된 학습 지원 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보다 융통성 있는 수업료 정책이 필요하다. 자습형 사이버강좌인 경우 저렴한 수업료 책정이 가능하지만 교수의 개별적 지원이 많고 상호작용이 많아야 하는 강좌나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려운 사이버강좌는 면대면 강좌보다 더 많은 수업료 책정도 가능해야 한다. 고정된 수업료 정책은 사이버대학의 질적 수월성 추구를 어렵게 만들고 결국은 이 피해가 학습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셋째, 사이버대학간에 차별화가 시도되어야 한다. 현재 사이버대학들은 주로 직장을 가진 성인들에게 실용적인 과정을 제공함으로써 일반 대학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데는 일단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대학간에는 상호 유사한 과정들을 병렬적으로 개설함으로써 같은 수요계층을 놓고 경쟁할 위험성이 상존한다. 대학별로 전문화·특성화된 과정을 개발해 전문성을 확보함으로써 특정 분야에 대한 명성을 쌓고 고정적 학습자 집단을 서로 확보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새로운 사이버대학 설립전 충분한 조사를 거친 과정개발이 필요하고 정부의 조정적 역할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사이버대학 평가를 정례화하고 우수 운영 대학에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일반 대학은 다양한 평가 실시와 함께 그 평가 결과에 따른 재정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이버대학의 질에 대한 평가와 그 평가 결과에 따른 최소한의 재정 지원은 새로운 형태의 고등교육 기관인 사이버 대학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입학의 문을 개방하고 수업료를 낮추면서 질은 높이라는 정부나 사회의 요구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를 효과적으로 잘 운영한 사이버대학에 대한 지원방안 또한 마련되어야 한다. 이 경우 재정적 인센티브는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사이버대학의 발전적 미래를 위한 정책의 개발과 실천은 누구 한 사람의 몫이 아닌 우리 모두의 지혜와 협력이 필요함은 재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약력>정인성 이화여대 교수

 서울대 교육학과 졸업, 미국 인디애나대학 교육공학과 박사, 국제원격교육저널 편집위원, 중앙공무원 사이버교육 자문위원장, 현 이화여대 교육공학과 교수 및 멀티미디어교육원장, 현 전국대학사이버교육기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