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나노 스핀트로닉스 기술현황과 전망

 필자 고려대 김영근 교수

 85년 서울대학교 금속공학 졸업

 87년 서울대학교 금속공학 석사

 93년 미 MIT 재료공학 박사

 93∼97년 퀀텀사 프로젝트리더

 97∼2000년 삼성전기주식회사 수석연구원

 2000년 현재 고려대학교 재료금속공학부 조교수

 

 ◇기술의 개요=스핀전자기술을 의미하는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는 전자의 자기적 방향을 뜻하는 스핀(spin)과 전자기술(electronics)을 합성한 신조어로서 전자의 전하뿐만 아니라 스핀 정보 즉, 업스핀(up-spin ↑) 전자와 다운스핀(down-spin ↓) 전자를 구분하여 전자의 이동을 제어하는 신개념의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세기가 전자의 전하를 이용한 반도체기술로 전자산업에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면, 21세기에는 전자의 스핀정보를 이용한 스핀트로닉스 기반의 산업 발전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미 이 기술은 금세기의 화두인 나노기술(NT:nanotechnology)의 한축으로 소자크기의 나노화 및 이에 따라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양자역학적 현상의 발견으로 나노스핀트로닉스분야로 지속적으로 기술의 발전이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 광학기술 등과의 접목을 통해 다양하고 새로운 응용분야를 창출하고 있다.

 이 기술분야는 그림1과 같이 고용량 초소형 고상 메모리 또는 드라이브와 같은 전자기계식 정보저장장치의 기반기술로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큰 시장과 새로운 응용분야의 창출이 예견된다.

 나노스핀트로닉스분야 중 88년에 발견된 거대자기저항(GMR:giant magnetoresistance) 현상은 자성소자재료분야의 연구 및 응용에 있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으며, 이를 이용한 정보재생, 정보저장 및 센서기술은 이미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오고 있다.

 일례로 97년 IBM에서 HDD용 헤드에 본격적으로 채용된 이래, GMR 헤드는 2001년 현재 전세계 자기헤드의 97%를 차지하며 약 80억달러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이유로 2000년 초 미국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클린턴 대통령에게 제출한 나노기술 보고서에도 성공사례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변화는 강자성체/반도체와 연계된 분야로서 스핀분극-FET 등 전자의 스핀정보를 이용한 증폭소자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하이브리드 소자의 창출이 기대되고 있다. 전자의 스핀정보(↑, ↓)는 예상한 것보다 매우 긴 거리(∼100㎛)까지 유지되고 저온에서 100㎱ 정도의 스핀이완(spin relaxation) 시간을 갖는 것으로 최근 밝혀짐으로서, 하이브리드 소자 및 전자의 스핀상태(up, down, mixed)를 이용한 차세대 컴퓨터 응용 가능성에 대하여 논의되고 있다.

 나노스핀트로닉스 소자재료의 기본 구조는 강자성층(FM:ferromagnet)/사이층(spacer)/강자성층(FM)으로 이루어진 다층박막 접합구조로 각 층의 두께는 대략 1㎚ 내외인 극박막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리적으로 두 강자성층의 자화방향의 정렬 상태(평행 또는 반평행)에 따라 양자역학적으로 스핀분극된 전하의 이동양상이 달라진다. 이로 인해 접합구조를 갖는 재료내부에서 전류의 흐름에 따른 전기저항의 차이가 발생하며, 소자에서 이를 전압차에 의한 디지털 신호로 인식할 수 있다. 사이층의 재료에 따라 물리적 현상, 응용 분야 및 현재 그 기술의 발전 단계를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1) FM/도체/FM 그룹:가장 먼저 발견된 거대자기저항(GMR) 현상은 스핀정보(up, down )를 가지고 있는 전자가 강자성체의 자화 방향에 따른 전달량의 차이에 의해 나타난다. 이를 이용한 스핀밸브(spin-valve) 소자는 이미 HDD의 재생헤드 및 자기장 센서 등에 응용되고 있다. 최근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소자에 고밀도의 스핀을 주입하여 자성층의 자화방향을 변화할 수 있다는 양자역학적 스핀전달효과(spin transfer effect)가 실측되면서 신개념의 메모리 소자의 출현이 예견되고 있다.

 (2) FM/부도체/FM 그룹:부도체 배리어층을 통한 스핀터널링 현상은 수십년 전부터 알려져 왔으나 상온에서 큰 신호를 나타내는 터널자기저항(TMR:tunneling magnetoresistance) 재료계가 95년 MIT 연구진에 의해 발견되었다. TMR는 전류가 면수직으로 흐르기 때문에 자성층의 두께에 의한 전류손실의 문제가 없고 상온에서의 자기저항비가 20 % 이상이고, 포화자기장도 작아 비휘발성 기억소자(MRAM:magnetic random access memory)에의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 최근 TDK, NEC, 시게이트 등 자기헤드 회사들은 TMR를 이용한 헤드 개발의 가능성도 탐색하고 있다.

 (3) FM/반도체/FM 그룹:유럽·미국 등지에서 스핀-트랜지스터, 스핀-FET(field effect transistor) 기술 등의 능동소자 개념이 제안되어 있으나 아직 기초 연구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도체에 스핀을 주입하는 효율의 증대와 스핀정보를 잃지 않고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에 있다. 또한 이보다 더 직접적으로 강자성을 띄는 화합물 반도체(magnetic semiconductor)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다. 현재까지 절대온도 100K 정도에서만 이러한 현상을 나타내나 앞으로 상온에서 작동이 가능한 신물질이 개발된다면 기존의 반도체 기반을 이용하여 신개념의 스핀광학소자, 스핀전자소자의 응용이 가능하여 앞의 두 경우에 못지 않은 큰 산업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4) FM/초전도체/FM 그룹:기초 연구 단계로서 기술의 응용분야는 정립되지 않았으며 태동기에 있는 분야다.

 그림2는 나노 스핀트로닉스와 관련한 기술 추이와 제품 로드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까지 거의 대부분의 기술, 인력, 제품은 GMR로 대변되는 도체 스핀전자재료 그룹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이는 오랜 개발역사와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자기기록(magnetic recording) 기술에 연유한다. 최근 3∼4년 사이 TMR 중심의 부도체 그룹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 지고 있으며, MRAM의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일부 헤드 회사들은 TMR를 이용한 헤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반도체 재료 그룹은 일찍이 미국 해군연구소 등에서 개념화를 이루었으나, 본격적인 산업화는 이루지 못한 단계다.

 

 ◇기술의 동향과 산업 전망=GMR 현상이 발견된 이래 94년 허니웰(Honeywell)에서 자기장센서를, 97년 IBM에서 HDD용 재생헤드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HDD의 면기록밀도는 예측을 10년 가까이 단축하였고 기록밀도는 연평균 100%의 획기적인 신장률을 가져왔다. 99년 20Gb/in2, 및 2000년 50Gb/in2 라는 고기록밀도의 데모에 성공하여 정보저장 기술에 큰 변혁을 이루었다. 이 정도의 기록밀도를 이루기 위해서는 재생트랙폭이 0.25㎛ 정도가 되어야 하며 100Gb/in2 경우 0.14㎛ 정도의 재생트랙폭이 요구된다.

 표1에 HDD 관련 주요기술의 기술추이를 정리하였다. 50Gb/in2의 기록밀도로는 3.5 인치 디스크 1장당 약 70Gb라는 대용량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GMR 헤드로는 약 10∼20Gb/in2의 기록밀도가 가능하다. 저렴한 가격으로 대용량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게 됨에 따라 HDD의 응용분야가 PC 위주에서 AV 등 디지털 정보가전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HDD의 경우 매년 15%이상의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여 99년도 시장은 300억달러, 2003년에는 580억달러를 넘어 설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멀티미디어, 디지털TV 등 고급 영상, 음성 디지털 정보의 대용량화에 따라 정보기록 산업의 성장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다.

 맥스터/퀀텀, 소니 등에서 PVR(personal video recorder)용 HDD를 공급하면서 새로운 수요의 증가가 예상된다. 또한 IBM에서는 1인치 디스크에 수 기가바이트를 저장할 수 있는 마이크로드라이브를 출시하여 노트북PC, PDA, 디지털카메라 등의 휴대형 정보저장기기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는 기술개발을 통해 Time-to-Market을 이뤘으나, 미국 및 일본에 비해 시장점유율은 다소 열세이다. 삼성종합기술원의 스토리지 랩은 GMR 헤드를 이용한 수직기록방식을 개발하여 최근 세계적 수준의 선기록밀도를 발표하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하였으며, 이를 통해 대용량화를 추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자기기록 정보저장기술과 관련하여 미국은 NSIC, 일본은 ASET/SRC 등 30∼40여 기관이 참여하는 정부 주도의 대형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축하여 매년 수백만달러 규모의 연구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밖에도 현재 각종 자동차, 항공기, AV 기기, OA 기기 등에 위치·회전·각도·속도 제어 용도에 사용되는 센서는 홀(Hall) 또는 이방성 자기저항재료를 사용하고 있으나, 고감도의 GMR/TMR 센서를 사용할 경우 센서를 더욱 소형화할 수 있고 정교한 기기의 제어가 가능하여 공장자동화, 민생용뿐만 아니라 군사 및 우주항공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 산업적 응용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MRAM은 반도체공정기술과 자성박막기술이 결합한 차세대 비휘발성(non-volatile) 메모리 소자로서, 90년 초 개념화가 된 이래 최근 각국에서 연구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MRAM은 제조 공정이 비교적 단순하고 기록된 정보가 비휘발성 등의 장점을 가져 DRAM을 능가할 수 있는 메모리 소자이며 2000년도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 정보기기, 이동 컴퓨팅 등 인터넷 시대에 맞는 소자로서의 출현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방사능 내성(radiation hardness)이 우수하여, 유도탄과 같은 군사용 및 인공위성, 스페이스 셔틀과 같은 우주항공 분야에 응용도가 높다.

 표2에서 보듯 성능면에서 기존의 메모리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존의 휘발성 소자인 DRAM의 고집적도와 SRAM의 고속도를 구현할 수 있으며, 비휘발성계인 Flash에 비해 소비전력이 적으며, 기록재생 반복회수가 매우 크다. 특히 DRAM과 같은 집적도를 이룰 수 있는 이유는 메모리의 최소단위를 1-TMR 소자와 1-MOSFET(metal-oxide-semiconductor FET)으로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MRAM의 고집적도와 수율, 신뢰성 등을 이루기 위해 해결하여 할 기술적인 문제점들도 노출되고 있다. 자성재료 고유의 문제, 소자의 크기효과 그리고 MOSFET 등을 구성하는 반도체 공정과의 공정통합(process integration) 문제 등을 해결해야만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MRAM 연구개발 동향을 살펴볼 때, 미국의 IBM은 2000년 1Mb MRAM 시작품을 개발한 이래, 최근 독일의 Infineon과 손잡고 CMOS 0.13㎜ 기반으로 2004년 양산용 256Mb MRAM의 개발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모토로라 역시 이와 유사한 목표를 설정하였으며, MRAM 칩 단품보다는 임베디드 SOC(system on chip)을 상품화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대만의 반도체 업체인 USTC도 MRAM foundry에 관심을 표명했다.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종합기술원 MD 랩에서 연구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MRAM 단위 메모리 셀의 개발을 완료하고 주변회로 설계에 집중하고 있는 단계다. 시장수요 예측기관인 IDC에 의하면 2003년도 세계 정보저장기기 시장은 1340억달러에 달할 것이며 이중 휘발성 메모리인 DRAM/SRAM이 44%선인 590억달러를, 비휘발성 메모리인 플래시/롬 계열이 10%인 120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다. 비휘발성 메모리 경우만 보더라도 연평균 약 15%의 성장률을 감안하면 2007년 210억불에 이를 것이므로 MRAM의 시장성은 매우 크다.

 나노 스핀트로닉스와 직간접적으로 관련한 기초, 응용연구 분야에서 선진각국은 기술의 중요성을 이미 인식하여 정부 주도로 막대한 연구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자기기록 정보저장기술 연구를 위하여 미국은 NSIC, 일본은 ASET/SRC이라는 대형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축하여 30∼40여 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수천만달러 규모의 연구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미 국방성 DARPA에서만 지난 2년 동안 5000 만불 이상의 연구비를 MRAM 및 자성반도체 등의 연구에 투입하였다. 독일에서는 BMBA를 중심으로 99∼2003년까지 National Technology Project의 일환으로 연간 1000만달러 규모로 추진 중에 있다.

 국내의 경우 2000년 하반부터 과기부의 대형 국책사업인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의 일환으로 테라급 나노소자 연구단이 출범하여 10년간 연구가 추진될 예정이며, MRAM분야가 한축을 이룸에 따라 관련 분야에서 국내 연구역량의 결집이 기대되고 있다. 또한 2002년 초부터 KIST주도의 비전21사업에서 하이브리드 스핀트로닉스 소자 및 강자성 반도체 연구가 개시될 예정이다. 내년부터 정부가 주도하는 각종 NT 사업에도 나노스핀트로닉스와 관련한 많은 국가과제가 도출되어, 산학연의 연구기반과 연구인력의 저변 확대의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

 

 ◇결론=12년 전 스핀분극 전달에 의한 GMR 현상의 발견은 전자의 스핀정보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어 학문적으로 폭발적인 관심이 집중되었고, 산업적으로도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되어 정보재생, 저장 및 인식 등에 응용되기 시작하였다. 이 현상이 발견된 후 채 10년도 안되어 96년부터 고기록밀도 GMR HDD가 대량생산 체제에 돌입하였다. 그러나 이는 스핀트로닉스의 극히 일부분으로 전자의 스핀정보에 대한 현상 및 이의 물리적 이해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자성체-반도체 하이브리드 소자와 같은 신개념 소자에 대한 산업적 가능성은 매우 크다. 중단기적으로 볼 때, 스핀트로닉스 기술은 정보저장, 재생 및 인지기능 산업의 응용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며, 나노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의 능동소자 창출 및 미래의 스핀 양자컴퓨터의 가능성에도 기반이 될 것이다.

 50년 전 트랜지스터의 발명으로 시작한 반도체기술은 현재의 전자기술을 이루었으며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의 변화에 밑거름이 되었다. 지난 50년간 반도체기술은 전자의 전하만을 제어하는 기술로서 유지되어 왔으며 더 빠르고 더 작은 소자의 요구 한계에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자의 전하뿐만 아니라 스핀 정보를 이용하여 전자의 이동을 제어하는 기술, 즉 나노 스핀트로닉스가 신개념의 응용기술 분야를 탄생시키고 있으며 현재의 반도체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 트랜지스터의 발명이 가져온 반도체기술 이상의 사회·문화적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