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거래 관련법률 정비 이대로 좋은가>(1)프롤로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전자거래 관련법령 정비작업이 민주당에 의해 일단락됐다. 비록 국회 상임위 의결과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당정이 힘을 합쳐 사안별로 하나의 법안을 만들어냈다는 점은 매우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이번 정비작업이 전자거래 관련법령 체계의 기본틀을 마련하고 내용을 충실히 하기보다는 주체들간 이견을 조정하는 데 치우쳤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모진 산고를 겪고 태어난 전자거래 관련법령 정비의 의미와 과제를 사안별로 짚어본다. 편집자

 

 ◇전자거래 관련법령 정비의 의미=이번에 국회상정이 확정된 법령은 전자거래기본법 개정안, 전자서명법 개정안,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 제정안, 부가가치세법 개정안 등이다. 그리고 전자거래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법률 제정안은 일부 이견으로 마지막 절충작업을 벌여 이번주중에 상정될 예정이다.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필요한 핵심법안인 전자거래기본법, 전자서명법, 전자거래 소비자보호법은 이번 제개정 작업으로 그동안 미흡했던 제도적 장치가 상당 수준 보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은 한국의 미래가 달린 온라인비즈니스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해외에서 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제도적 장치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성안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전자자금이체법, 전자지급법 등 전자상거래에 없어서는 안될 자금결제와 관련된 제도를 전자거래금융기본법으로 통합키로 합의한 것도 큰 성과다.

 지난 99년 7월부터 발효된 전자거래기본법과 전자서명법은 그동안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양대 축이었으나 이 두 법은 전자상거래에 필요한 기본적인 제도적 장치, 즉 전자문서와 전자서명의 효력범위와 시기가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기존 상거래와는 전혀 다른 형태인 전자상거래로 인해 새롭게 나타나는 각종 소비자피해나 분쟁과 관련해서도 아직까지 마땅한 제도적인 장치나 기준이 없어 소비자는 물론 관련업계가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세계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각종 디지털콘텐츠가 온라인으로 제공되고 있음에도 이들 사업자의 권한과 책임을 규정해놓거나 보호할 근거가 없었다. 이로 인해 이제 막 탄생한 소규모 온라인사업자들은 거대한 콘텐츠제작사나 통신업체 틈바구니에 끼어 갖은 고초를 겪어왔다.

 ◇문제는 없나=전자거래 관련법령 정비가 ‘전자상거래의 제도화와 이를 통한 활성화 유도’라는 당초 취지는 살렸지만 내용적으로는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여전히 전자거래 관련법령 체계와 관련된 기본틀에 대한 원칙과 합의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현행 전자거래 관련법령의 체계는 전자거래기본법을 모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전자거래기본법은 말로만 기본법이지 전자서명법, 전자거래소비자보호법 등 관련 법률은 물론 민법 등 다른 일반법에 대해서도 우월적 지위를 지니지 못한다.

 또한 전자문서의 효력범위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기본법 개정안은 ‘모든 전자거래’에 적용한다고 돼있지만 거래가 아닌 문서에대해서도 효력을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전자서명법 개정안은 기존의 공인인증제와 상호인정제의 틀을 그대로 유지한 채 비공인인증에 대한 보완장치가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공인인증과 상호인정제는 한국적, 또는 대륙법적 특성을 십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범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글로벌한 제도를 추구해야 하는 국경없는 전자상거래의 특성과 배치돼 국제간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질 경우 또다시 논란의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은 거창한 목적과 취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사업자에 대한 근거가 불확실해 목적달성에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정 의욕에 비해 디지털콘텐츠와 저작권 및 프로그램보호법 등 연관사항에 대한 치밀한 해석이 부족, 혼란이 우려되며 이로 인해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사업자의 보호나 육성도 허술해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