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설비투자가 내년 상반기중 되살아날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해 하이닉스반도체·아남반도체·동부전자 등 국내 반도체 4사는 올해 극심한 경기 침체로 투자를 축소, 동결하면서 남은 투자 유보금과 신규 확보한 외부 자금을 내년 상반기에 집중 투입할 예정이다.
이같은 방침은 최근 내년 하반기에 경기가 본격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다 올해 투자 축소로 인해 약화된 대외 경쟁력을 하루빨리 재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투자 유보금 2조2000억원과 올해말까지 확보할 1조원 정도의 이익 상당액을 내년에 신규 투자에 쏟아붓기로 잠정 결정, 내년 총 투자 규모는 3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 규모는 지난해와 올해 투자규모 5조2000억원과 4조원에 비하면 크게 감소한 것이나 올해 공장 건설비와 일부 장비 구입이 마무리된 상태임을 감안하면 질적으로 올해 규모에 버금간다. 이 회사는 내년도 신규 투자를 차세대 메모리 라인인 11라인의 확충과 5세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라인 등에 집중키로 했으며 하반기 본격 양산을 목표로 내년 상반기에 장비 구매를 완료할 계획이다.
올해 5000억원 안팎을 투자한 하이닉스반도체는 최근 채권단의 지원 확대로 생긴 자금을 바탕으로 내년에 1조2000억원 정도를 신규 투자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이 금액을 0.15미크론 공정 확대와 0.13미크론 라인 도입 등 라인 업그레이드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며 일부 메모리·비메모리 혼용 라인을 비메모리 전용라인으로 전환하는 데 쓰기로 했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1조7400억원을 투자했었다.
앰코테크놀로지의 지원 동결로 인해 올해 고작 600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던 아남반도체는 내년에 최소한 올해보다는 많은 금액을 신규 투자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노후 라인을 아날로그반도체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비롯해 내년 상반기에 라인 업그레이드에 주력할 방침이다.
동부전자는 최근 유치중인 5800억원 규모의 협조융자(신디케이트론)금액의 상당액도 내년중 신규 투자에 집중키로 했다. 또 외자유치를 통해 3억1000만달러를 추가로 확보키로 했다. 이 회사는 내년도 설비투자에 대해 웨이퍼 월 투입량 5000장을 2만장으로 끌어올리는 생산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4개사 관계자들은 “아직 투자 규모는 유동적이며 정확한 투자 계획은 4분기의 실적과 경기 전망이 뚜렷해질 내년 초에나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낮아진 설비 가격 등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가 적기여서 가능하면 이때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