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가 추진하는 ‘중소기업 우선계약제도’는 국내 중소 IT업체의 공공 프로젝트 참여를 보장하는 가장 강력한 제도적 장치다.
공공 프로젝트 입찰시 전문 중소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SW전문기업제도’가 중소업체의 시장참여를 간접적으로 장려하는 수준인 데 반해 이번 중소기업우선계약제도는 중소 IT업체에 일정 부분의 시장수요를 별도로 보장해주는 직접적인 지원정책이다.
이같은 정부의 방침은 중소기업 등 약소 경제주체들이 국가나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SW사업을 독자적으로 수주하는 기회가 적어 대부분의 중소업체가 대기업에 의존해야만 하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각종 SW 관련제도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정통부는 전문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공공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도록 하고 하도급시 중소기업의 권익을 보장, 계약 지위상의 약자를 보호함으로써 전체 SW산업 기반을 강화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국내 SW시장 현황=한국SI연구조합이 최근 발표한 ‘한국 SI기업 현황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위 10개사의 매출이 전체 국내 SI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민간부문을 포함한 전체 SI시장을 말하는 것으로 국가나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프로젝트는 대형 SI업체들이 거의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처럼 프로젝트 기근현상이 계속되면서 대형 SI업체들이 소규모 프로젝트로 대거 몰릴 경우 중소 IT업체의 시장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중소 IT업체들이 “변호사가 법무사 일도 마다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법무사는 변호사 사무실에 취직하거나 아예 문을 닫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불만을 터뜨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소기업 보호제도의 근거=정통부는 이번 중소기업우선계약제도를 추진하며 가장 유사한 사례로 건설분야의 중소건설업자 지원을 위한 조치를 들고 있다.
실제로 건설산업기본법 제47조는 ‘건설교통부장관은 중소건설업자에 대한 지원을 위해 필요한 경우 건설공사를 발주하는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또는 정부투자기관에 중소건설업자의 참여기회 확대와 기타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관련 시행령을 통해서는 규제대상 대형 건설업자의 범위와 대기업이 도급받을 수 있는 건설공사의 공사금액 하한을 정해놓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국내 건설분야는 물론이고 미국의 경우도 시장경제에 기반한 최소한의 정부개입을 원칙으로 중소기업과 소수민족, 여성사업자 등을 우선 배려하는 다양한 형태의 공공부문 계약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우선계약제도 시행과제=국내 SW시장 현실에 맞는 중소기업 지정범위와 규제대상 프로젝트의 규모를 산정하는 일이 최대 관건이다.
또 일부 기업의 입찰참가 자체를 제한함으로써 자유시장경쟁의 원리를 해칠 수 있는 만큼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통부가 제시할 규제범위에 따른 대형 SI업체의 반발과 중소업체의 불만도 예상된다.
실제로 대형 SI업체들은 “일방적으로 중소업체의 참가를 보장할 경우 원활한 공공 프로젝트 수행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주장과 함께 “이미 회사 내부적으로 일정 규모 이하 프로젝트 참여를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규제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소 IT업체들도 “중소기업우선계약제도의 실효성 여부는 중소기업 지정범위와 규제대상 프로젝트를 어떤 기준으로 설정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현실성 있는 제도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공정경쟁의 시장원리를 깨뜨리지 않는다는 전제아래 대기업과 중소 IT업체가 동시에 수긍할 수 있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수립할 수 있을지에 SW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