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고정>SBS `피아노`

 현실의 삶이 행복하기 그지없는 사람에게 ‘환상’은 누구나 가끔 떠올리게 마련인 ‘꿈’ 이상은 아니다. 하지만 버거운 일상을 짊어지고 사는 밑바닥 인생들에게는 결코 잡을 수 없는 환상이 삶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SBS 새 드라마 스페셜 ‘피아노’(수·목 밤 9시 55분)는 의지할 곳 없는 삼류 인생들의 삶을 맑은 피아노 소리에 실어 표현하고자 하는 ‘팬터지’다.

 부산 바닷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작품의 줄거리는 얼핏 순정만화를 연상시킨다. 삼류 깡패와 피아노를 전공한 아름다운 미망인과의 짧은 행복이나 이복 형제간 갈등 그리고 피를 섞지 않은 남매 간에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 등이 그렇다.

 하지만 드라마가 주는 감동은 전형적인 줄거리보다 극단적인 상황을 딛고 피어나는 가족간 사랑에서 비롯된다.

 희망도 염치도 없이 동네 조직을 배회하는 삼류 깡패 억관 역의 조재현은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이다. 억관은 영화 파이란에서 최민식이 열연했던 ‘강재’를 닮았지만 극의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지독한 부성애까지 보여줄 예정이다.

 억관의 상대역인 혜림 역은 연기파 배우 조민수가 맡았다. 명문대 피아노과를 졸업하고 엘리트 남편과 사별한 그녀는 억관에 대한 연민을 사랑으로 키워가지만 일찍 죽음을 맞는 비련의 주인공이다.

 이들 둘의 가슴 아픈 사랑은 자식들 세대의 애증으로 이어진다.

 시트콤 ‘뉴논스톱’을 통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조인성은 유복한 가정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경험한 이후로 세상에 대한 증오를 키워나가는 반항적인 이미지의 경호 역으로 분한다.

 억관의 아들 재수 역의 고수는 초라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오히려 세상을 감쌀 줄 아는 따뜻한 성품의 청년으로 등장한다. 재수는 어릴 때부터 자신을 경멸하는 경호가 살인을 저질렀을 때조차 그 죄를 대신 뒤집어쓰는 ‘절대적인’ 희생을 보여준다.

 경호의 누나 수아 역에는 언제나 청순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김하늘이 발탁됐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